오후 3시의 적막/담채
공사판 모래더미 위에
삽 한자루
푹, 꽃혀있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아주 긴 시간 홀로 사막을 넘다가
신기루 바라보다
보다가 말다가
가난이 흘러가는 서쪽
영혼이 불려가는 동쪽
푸른 담배 연기가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번져나가는
오후 3시의 적막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울음이
텅 텅, 정수리를 친다
***
인부가 끌어안은 삶은, 자신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더욱 완강하게 자신을 붙잡는 삶이다.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울음이 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