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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사막에 들다(2)*

by 담채淡彩 2023. 1. 20.

사막에 들다(2)/담채


서쪽으로 서쪽으로 한없이 가다보면
쓰라린 모래의 땅 사막에 닿으리

그 울음을 굴리고 굴리어 가면
죄 없이도 갈증하는 둥근 적막에 닿으리

내 몸속으로 들어온 낙타 한 마리
한 생의 짐 등에 업고 터벅터벅 모래산을 넘는다
풀도 나무도 한 마리 짐승까지도 다 지운 불멸의 땅
이곳에서 살찌는 것은 바람뿐
모래는 모래가 되어 모래로 흐르고
神도 聖者도명상처럼 마른다
꼿꼿이 태양을 받치고 향방 없이 사막을 떠도는 우리는
진실로, 얼마나 서로 아픈가
자고 나면 고독의 계시에 중독된 바람이
인간의 간을 맞추고
갈증이 그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으로 사막이 번져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신이 시리도록 마음 문질러서
하얀 마음 몇 조각 합장하는 이 하루

한없이 사라지고 또 순식간에 자라나는 모래산이

또다시 눈앞에 떠오른다

 

사는 일이 쓸쓸할 땐
자꾸 휘청이다
땅과 하늘에 몸을 나눈 나무가 되리

2023.01

note

원죄의 누명을 쓰고 태어난 인간은 자신의 발자국을 확인하며 사막을 건너가는 한 점의 적막이다.
모래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존재를 참는 방법으로 삶을 겪는다.

...... 그러므로 우리는 더 열심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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