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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위에서 59 - 육필肉筆*

by 담채淡彩 2022. 9. 20.

 

길 위에서 59 - 육필肉筆/담채

 

아빠께...

멀리서 아빠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아빠께 편지를 씁니다.
가족을 서울에 보내놓고 가끔씩
안면도에서 서울까지 먼 길 오고 가시는
아빠의 쓸쓸한 뒷모습이 뇌리에 스칩니다.
공부가 힘들어도 본분을 다하며
때로는 위를 때로는 아래를 보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딸로 크겠습니다.
멀리서 아빠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1991년 8월 7일

딸 세리 올림

 

추신 : 다음 주에 오실 때 ‘데카메론‘ 책 가지고 오세요.

 

눈물이 핑 돈다

잠이 안 오는 밤
낡은 책갈피 속에서 20년이 지난
딸애 편지가 나왔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고
말 수가 적은 대신 생각이 깊던 딸
그때가 고1이었다
가혹했을 공부벌레
서로가 힘들었을 것이다
세월 저 편
문득 끊어지고 문득 이어지는
그 길

 

 

note

잠이 안 오는 밤,
헌 책을 들추던 중 낡은 책갈피에서 딸애의 편지가 나왔다.
딸에게 처음으로 받아본 편지다.
책을 읽기도 전 이 편지를 몇 번이나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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