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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주말부부 35년*

by 담채淡彩 2022. 8. 13.

주말부부 35년


주말부부 35년을 했다.
위로 딸, 아래로 아들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딸애가 중1 때 가정방문을 한 담임으로부터
딸애를 서울로 전학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영어선생이며 딸애의 담임이었던 여교사는 제자의 전학을 권하고자 일부러 밤중에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자식에게 좋은 인성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크게 반길 일도 아니었다. 
당시 농협에 근무하고 있던 아내는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1988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 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아침에 반 홀아비 신세가 되었다.
말이 주말부부지 당시엔 토요휴무제도 없고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이 되기 전인지라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상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정에 없었던 가족과의 작별과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으로 퇴근 후 찾아오는 공허감이 컸다.
그리움은 늘 북쪽에서 불어오고 나는 날마다 바람으로 날개를 지어 북쪽 하늘을 날았다.

 

밤이 길어/  담채

                                                               
밤이 길어
밤이 길어                    
수리부엉이 울음으로 밤이 길어

삼경에 둥그는 달과
삼경에 길 떠난 철새와           
바람의 울음으로 밤이 길어

멀리 있는 식구가 보고싶다
별빛 가루가루 부서져 내리며 이 밤 끝없이 떠내려가는데

적막도 거룩한 침실에
흰 달빛
무엇하러 드는가 

 

1998.12 졸시 중에서 - 주말부부 10년 차에 쓰다

 

나는 이 긴 여정 내내 영혼의 마른 땅을 돌고 돌았다.
그때 나는 많은 글을 쓴 것 같다.
돌아보면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산 것도 같고 안 산 것도 같은 아내와의 주말부부 35년.
일찍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공부를 마친 남매는 장성하여 이미 슬하를 떠났다.
그토록 긴 여정 중의 득과 실을 따지기보다 그저 다 지나간 일일뿐 지난 뒤에 보이는
세월은 누구에게나 아픔이다.  
이제 글을 쓰는 일에도 많이 게을러졌다.
더 낮은 곳에 들어서더라도
그동안 동행했던 것들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오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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