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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자식과 부모의 관계 재편에 대하여

by 담채淡彩 2024. 5. 13.

2024.05.13 - 자식과 부모의 관계 재편에 대하여

 

아들가족이 싱가폴 여행을 다녀왔다.

그 얘기를 20여 일이 지나서야 10살 손자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며느리의 얘기까지 털어놓았다.

이 얘기를 듣고 화가 난 아내는 아들의 가족채팅방에 카톡을 날렸다.

이후 아내는 전화로 호통을 칠 생각이었으나 카톡을 받은 며느리가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내는 성격상 거짓말을 싫어한다.

때에 따라 어른의 마음이 불편할까봐 부득이 짓게 되는 거짓말(필요악)까지도

이해하지 않을 만큼 아내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아내와 나의 성격차이가 확연하게 들어나는 대목이다.

나는 아들의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이해

하는 한편 아내는 거짓말이라는 자체를 두고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스타일이다.

다행히 아내가 화가 나있는 동안에는 아들 며느리와의 통화가 되지 않았고 

얼마 후 아들에게서 내게 전화가 왔다.

미안해서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

나는 아들에게 시간이 지난 다음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란 얘기를 해줬다.

 

며칠이 지났다.

아내의 화가 풀어졌다.  

몇 년 전에도 이런 식으로 제주도여행을 다녀왔으니 이번이 두 번째 몰래

여행이 된 셈이다.

아들은 수년 전 20억 가까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내 도움을 받고도 은행권에

4억 원의 채무를 남겼다.

외벌이 월급으로 두 손주를 키우며 빚을 갚아나가는 처지가 안쓰러워 매년 여름마다

달라고도 않는 휴가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번 여행도 미리 소식을 알았으면 다만 얼마라도 지원해주었을 것이고 

이제는 외국 여행을 떠날 경우만이라도 부모에게 알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분가를 시켰으면 많은 것을 놓아주어야 마땅할 것인데도 아내는 아직도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이게 아들에게는 관심이 아닌 간섭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일지라도 물고기를 잡아다 주지 말고 그물을 만들어 스스로

잡게 하라는 옛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모 품을 떠난 자식과의 관계 재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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