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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장마

by 담채淡彩 2024. 7. 7.

장마/담채

 

이끼만 속절없이 푸른 오솔길에

숙우(宿雨) 하염없다

목마른 대지의

그 뜨거운 볼을 타고 탄식같이 흐르는 빗물

억새풀 질경이 강아지풀 개망초

하 많은 잡초 속

슬픔 한 입 베어 문 산딸기

빨갛게 젖고 있다

생(生)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그것도 모르는 지렁이 한 마리

지뢰밭 같은 오솔길을 느릿느릿 기어간다

 

 

밤비/담채

 

비 내리네
부옇게 먼지가 일던 世上에

 

가뭄에 시달린 물고기 하나
아스라이 길 떠나네

 

적막의 질그릇에 고이는
독대(獨對)의 빗소리가


한없이 끌고 가는

육중한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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