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담채
이끼만 속절없이 푸른 오솔길에
숙우(宿雨) 하염없다
목마른 대지의
그 뜨거운 볼을 타고 탄식같이 흐르는 빗물
억새풀 질경이 강아지풀 개망초
하 많은 잡초 속
슬픔 한 입 베어 문 산딸기
빨갛게 젖고 있다
생(生)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그것도 모르는 지렁이 한 마리
지뢰밭 같은 오솔길을 느릿느릿 기어간다
밤비/담채
비 내리네
부옇게 먼지가 일던 世上에
가뭄에 시달린 물고기 하나
아스라이 길 떠나네
적막의 질그릇에 고이는
독대(獨對)의 빗소리가
한없이 끌고 가는
육중한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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