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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2024.04.30 - 독백

by 담채淡彩 2024. 4. 30.

2024.04.30 - 독백 /담채

 

욕심을 그만 부리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자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열매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사자별자리가 자취를 감추면 봄날이 갈 것이다  

꽃이 피었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런 날이다

 

'사랑'이란 말은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

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

다시 한 번 세월의 더께를 거두게 하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

밤새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가 다 부질없었음을

 

평정을 잃은 것들이 제 궤도를 한 번 이탈할 때마다

세상은 생채기로 가득 차고 그 언저리에

울타리를 둘러치면 섬이 된다

 

시간도 공간도 처음과 끝이 있다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꽃에 유황 냄새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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