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 /담채
"고장 난 냉장고 삽니다아
피아노 삽니다 에어컨 세탁기 삽니다
고장 난 가전제품 삽니다아---"
올라갔다 내려가고 내려갔다 올라가며 다시 이어지는 저 고달픈 가락,
잠시 끊어졌다가
"고장 난 물건 삽니다아---"
이런 이런,
나를 사겠다는 소리 아닌가
알고보니 고장 난 가전제품은 헐값 중에도 헐값이란다
70년 넘게 구부러진 내 生
고장 난 무릎 어깨, 소금꽃 하얗게 흘러간 등짝
모두 팔아버리고 싶은, 하늘이 샘물같이 맑은 날
불현듯 고물장수 확성기 소리가 나를 끌고 간다
골목으로 골목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간다
지금 내다 팔아도
나는 아주,
아주 헐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