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눕히며/담채
임금님들 몇 분
수천 궁녀 거느리시고
이방 저방 오가시고
빨리빨리 돌아가셨네
모래바람 부는 열대의 대륙
일부다처 부족의 턱수염 사내는
아직도 건재하시고
나는
한 평생 주말부부
廣野로 떠나신
붓다도 아니면서
예수도 아니면서
聖者처럼 몸을 눕혔네
수척한 갈대숲이 마르다 마르다 헝클어지는 밤에
두루미처럼 외로워져서
혼자 이불을 깔았네
바람이 부네
내 아내
일구월심 여사께서는
조용히 씨방을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네
기러기를 닮은 여자가 입덧을 하는지
와-르-르-르 은행잎 쏟아지고
2000.12
주말부부 30년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