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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갯마을*

by 담채淡彩 2022. 11. 1.

갯마을/담채

 

 

1

달의 힘을 물려받은 바다는

거대한 인력引力으로 섬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깨진 유빙 조각 떼 지어 떠내려가는 천수만 한쪽

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언 바다에 엎드려 굴을 쪼고 있다

한 손에 조새* 쥐고 한 손에 양재기 들고

송곳 같은 바람 뒤집어쓰고 굴을 쪼고 있다

 

누군가는 뼛속에 바람이 들어서 오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길을 잃는다

바다는 이 마을의 누대의 허기를 다스려왔으므로

오래된 허기들이 한사코 바닷속으로 빨려 드는 것이다

뼛속에 바람이 든 사람들이 간간이 먹먹한 혈穴을 짚으며

노란 양재기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

별이 되려다 한恨이 된 굴이 연신 글썽거린다

 

한 걸음 달아나면 두 걸음 따라오는 바다

달이 힘껏 들어 올린 바다가 가장자리를 내어주자

퉁퉁 부어오른 발목들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절룩절룩 일렬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커다란 연탄집게를 벌려놓은 듯

이빨을 벌린 장수풍뎅이가 거꾸로 선 모습을 닮아있다

한결같이 갯벌 밭에 쪼그리고 앉아

좌향 한 번 틀지 못한 형벌의 흔적이다

 

2

출항한 갈매기 떼 물때 따라 돌아오고

외로운 등불 하나 둘 켜지는 외진 갯마을

앞집에서 전을 부치고 뒷집에서 전을 부친다

난바다 배 타고 떠난 젊은 아버지들 한꺼번에

돌아오지 못한 날이다

이 마을의 슬픔은 아득한 해저에 날것으로 누워있다

해무가 기어오르듯 소리 없이 뭍으로 오는 것이다

 

바다의 인력에 갇혀

일생 비린 유전자를 끼고 가는 사람들

오롯이 바다에 들어 누대의 허기를 덮어온 저 길은

얼마나 서럽고 아름다운가

바다는 난해한 삶들을 함부로 거둔 적이 없으나

한 번 간이 밴 삶들을 버리지 않는다

아슬한 벼랑에 알을 낳고 수수 억 년

후사를 이어가는 물새들이 검푸른 바다에서

일생을 마감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 굴 껍데기를 깔 때 사용하는 호미와 비슷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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