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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임/담채 헤이지 못한 그대의 발자국 생살에 박음질한 이름표만 같으니 참 멀리 있구나 , 그대 오로지 제 영혼을 풀어 침묵으로 통하는 통로를 놓으셨나 허공으로 관통하는 침묵이 눈부시다 나에게 드리웠던 그 두터운 그림자 화두 한 꼭지 달랑 가슴에 품고 허공을 향해 모로 누우셨다 언젠가 내게 게워내던 순한 연둣빛 不在는 거대할수록 실재한다 2023.10.20 note 자잘한 햇살 밑으로 세월의 갈피를 펼치고 섬세한 잎맥들의 반흔을 짚어가면 뒤바뀐 생의 主語들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하늘에 닿지 않아도 가늠할 수 있던 내 오래된 그리움의 연원, 이 길 위에서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2023. 10. 20.
다시 가을 다시 가을/담채 하늘은 깊고 바람은 야속하니 또 다시 늑대처럼 먼 길을 가야겠다 나무들은 조용히 묵상에 들고 떨어지는 나뭇잎마다 수상한 빛이 묻어있다 나는 조용히 살아서는 읽을 수 없는 가랑잎 그 너머의 소리를 듣는다 이 가을 외로움은 나에게 얼마나 큰 스승인가 2023.10.17 2023. 10. 17.
통증 통증/담채 신발이 없어 걱정인 사람이 발足이 없는 사람을 보는 느낌으로 살자 그치지 않는 복통으로 뒤척이는 날 바람은 언제나 내 안에서 불고 있었다 또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하겠다 note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복통이 갈수록 심해진다. 발달한 현대의학에 수도 없이 매달려보았지만 수십 년째 차도가 없다. 급기야 헬스클럽에서 복근운동을 비롯 근력운동에 죽을힘을 쏟고 있으나 역시 차도가 없다. 지금은 헬스클럽에서 만난 지인이 사암침을 놓는 한의원을 소개해줘 일주일에 세 번 침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 왈, 음식을 가리라고 차트에 기록해주었는데 끼니마다 즐겨먹던 치즈가 들어간 계란찜도 못 먹고 고기류는 쇠고기만, 생선은 동태 연어 문어 오징어만 먹으란다. 어쩌겠는가, 불치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의사 말에 잘 따르.. 2023. 9. 10.
2023.09.10 2023.09.10/담채 사막이 될 사랑에도 더 깊이 빠져들게 하여 주십시오 예정에 없었던 이별과 감당하지 못하는 고통을 통하여 나를 길들이게 하소서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곳으로 들어서게 하소서 동행하는 사람이 안도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늘 풍족하지 않게 하시어 내 잔이 다시는 넘치지 않도록 점점 작아지는 내 자리를 믿게 하소서 그리하여 먼길 떠나온 나그네가 살아서 떠돌 지상의 모든 길이 하늘과 닿게 하소서 2023. 9. 10.
다시 봄 다시 봄/담채 단 며칠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질 것들 겨울은 추웠으므로 그 아득한 멀미 속을 헤매다가 생의 門을 열었을 홍매화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이 땅 위에 축사를 쓴다 2023. 3. 15.
구두수선공 아저씨 구두수선공 아저씨/담채 공중을 날아다니다 툭, 떨어진 풀씨처럼 낯선 담벼락 밑에 주저앉은 구두수선공 아저씨 열 손가락 열 손톱이 흠집 투성이다 오늘은 이 거리 내일은 저 거리 삶의 줄기를 뻗으며 누추로 떠돌아도 청주에 집이 두 채, 넥타이 맨 아들이 둘, 조강지처 하나 그러고도 생전에 먹고 살 것 다 챙겨놓았다 한다 자본도 필요 없고 학벌도 필요 없어 빈둥거리는 젊은이에게 손기술을 전해주고 싶어도 배우겠다는 사람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은 쇠망치를 쥔 손이 타악기를 두드리듯 신들린 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벗어던진 발바닥 냄새를 뜨겁게 끌어안고 마치 자신의 生을 갈아 끼우기라도 하는 듯 공들여 구두창을 갈고 있다 오늘도 바람 속에 쪼그려 앉아 기형이 되어버린 구두 각을 창조하는 그의 손에.. 2023.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