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老年日記54

老年日記58 - 최소한의 예의 老年日記58 - 최소한의 예의 / 담채 최소한의 예의는서로를 기억해 주는 일이다 더 낮은 곳에 들더라도그동안 동행했던 이들과 오래 함께 있고 싶은 것 상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나를 가장 멀리 보내는 일이다 2025.02.14 길 위에서 5 - 옥수수 한 됫박/담채 항상 달랑거리는 통장에서매월 2만원의 돈이 빠져나간다아이티 지진 난민에게 가는 것이다이 소소한 한 푼이 사흘을 굶고 한 끼를 먹는아이티 까만 눈동자 아이에게한 됫박 옥수수가루로 전해질 것이다"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지당하신 말씀 거스르고 쓰는 것은 지구상의 절망과 눈물의 땅에더 많은 위로가 전해지기를 희망해서다아무 잘못 없이 굶어서 죽는 눈이 큰 아이와 아무 잘못 없이 生死가 갈리는 참혹한 땅에.. 2025. 2. 14.
노년일기57 - 역마살/담채 노년일기57 - 역마살/담채 그칠 줄 모르는 역마살내가 어느 날 불쑥 오지로 떠났다 해서이상할 일이 아니다 지겹도록 한가한 겨울 오후지구촌 오지로 떠나지 못하는그 自由가 없는 나는 인터넷 서핑을 한다 빛의 속도로사막의 나라 턱수염사내를 만나러 가고마사이族을 만나러 간다 더 용감하게더 느리게 나는 이렇게 길지 않은 평화에 지친 몸을 맡기려니  그때 만난 모래바람이그립기도 하고기분이 내키면내가 떠나온 섬아무 때나 안면도安眠島에 들겠다   2025.02.14 겨울 햇살이 동백나무에 부딪혀 빛이 아름답게 비치는 날나무와 달과 별, 강물 위에 썼다가 지운 수많은 문장에 이끌려다녔다. 2025. 2. 14.
老年日記52 - 근황2 老年日記52 - 근황 2 / 담채  세상에 대하여할 말이 줄어들면서나는 차츰 세상물정에 어두워졌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세상을 흘렀다 흘러 넘쳐본 적 없는나의  빈 잔에는 하늘만 가득 고였다 한 쪽이 패인 낮달이 서연히 떠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간다   노년일기53 - 발톱을 깎다/담채  딸깍 딸깍,발톱이 잘리는 소리도 커지고두꺼워진 발톱은 더 멀리 튕겨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두껍고 단단해지는 것이 발톱 말고 또 무엇이 있으랴 몸의 일부면서 크면 잘려나가는열 개의 슬픔들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못한 설움이듯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잘 가꾸지를 못해서인지 태어났을 때부터 발톱은 맨 아래쪽에 있었다 눈 밖에만 있었다 2025. 2. 13.
老年日記 51 - 자화상(3)/담채 老年日記 51 - 자화상(3)/담채 설마에 속아 산 세월어느 덧 칠십 여년 세상에 질긴 끈이욕심 말고 또 있으랴 내 어깨 위에버거운 짐 덩이들아직도 그대로니 수십 번 읽어도 알 수 없는나라는 물건 2025.02.13 2025. 2. 13.
노년일기 50 - 문병/담채 노년일기 50 - 문병/담채중풍으로 쓰러진 친구를 보노라니내 일인 듯 입술이 탄다마비된 다리가 기도를 드리듯이직립의 시간들을 천천히 핥아주는 시간누군가 놓고간 꽃병이슬픔을 나눠 먹는하얀 병실 안그는아무 일 없는 듯창가에 비켜 누워 있다한 곳에선 꽃이 피고한 곳에선 꽃이 지고뻥 뚫린 허공이 적막의 부피를 불리는 시간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오른쪽 팔 다리가 참 긴 소리를 낸다***담배 안 피고 술도 안 마시는 고교동창이 중풍으로 쓰러졌다.각고의 재활 끝에 지난 12월 지팡이에 의지한 몸으로 모임에 참석했다.파편 같은 세월은 우리의 마디마디를 찌르고 지나간다.산다는 것이 살엄음판이다. 2025. 2. 12.
노년일기53 - 근황3 노년일기53 - 근황3 /담채 반짝이는 표면에는 허상이 있다 세상에는 숨겨져 있어 더 아름다운 게 있다 나는 그것들을 찾아다닐 것이다겨우내 나를 묶어 두고 사람들을 떠나 있었다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용서와 화해를기도라고, 가려움에 견딜 수 없어 토하고 마는 어떤 묵상이라고 믿으며, 자꾸만 녹아 들어가는 빙산 위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었다 우리에게 온 햇빛과 바람과 풀 한 포기,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자연에서 배운다그것은 소리 없이 물처럼 내게 스며들며어떤 과장도 억지도 없이 나를 불러 세우고 일으켜 세울 것이다 헐렁한 하루가 부풀었다 사라진다나는 눈을 감고 경직된 다리를 쭉 뻗어본다바람은 바람이 되어 소리를 내고지친 몸을 내맡기는 평화는 길지 않아도 아름답다.. 2025.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