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年日記54 나는 야행성이다/담채 나는 야행성이다/담채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 짧은 소리에도 슬픔이 실린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말들이쌓여가는 이곳 나의 허영은밤에만 크는 나무 꺼뭇꺼뭇 검버섯 핀 내 生에 잠시 꽃물 들고질긴 어둠 속을 죄처럼 맴돈다 꿈꾸는 짐승처럼신神과 나눈 이야기*를 읽다가 말다가꼴딱 밤을 새웠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백야의 나라 어디쯤 살았어야 좋을 사람 * Neale Donald Walsh 저 2025. 2. 21. 노년일기59 - 근황4 노년일기59 - 근황4 /담채 먼 날의 아픔을 삼키며 삶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노년歲月은 이제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나 자신을 만나보라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노년은말로만 세운 지상천국에서 내가 상처를 주었을 나와 관계한모든 사람들에게 보상의 세월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언제나 배경이었던 서럽도록 아름다운 나의 歲月혼자 길 위에서 내 나이를 계산하다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구의 자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인데 이 사실이 서운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인생 이상의 그 나라가 자주 궁금해지는 것이다 다시 길을 내며 가야하는 지금무어라 이름 할 수 없는 것들이 흐르고 넘치고 흐르고 슬프고 흐른 채 나에게 도달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다림을 남발하는 내 영토엔 언제나 나를 반대편으로 .. 2025. 2. 21. 老年日記58 - 화양연화 老年日記58 - 화양연화/담채 새가 막 자릴 뜨자 나뭇가지 요동친다한 생이 길을 떠나는 하늘이 참 푸르다살기 힘들다고 길게 내뱉은 한숨아마 21g쯤 될까이토록 가벼운 영혼의 무게에 이끌려 이승의 벽에 매달려있다언젠나처럼 우리에게 허락된푸른 그늘의 휴식은 너무 짧은 것이므로세월은 젊음과 건강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젊음은 늙음에 종속되고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기 때문이다몸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사람에게 늙음과 질병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결국 늙음과 질병에 종속되고 만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다 2025.02.20 밥그릇敎 / 담채 나는 밥그릇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밥그릇교의 맹신자그 오래된 밀교密敎를 들여다보면 어느새 밥그릇이나를 퍼먹고 있다이것은 쌀밥과 김치의 오랜 증인인 나의 .. 2025. 2. 21. 노년일기 57 - 삶 노년일기 57 - 삶 /담채 산다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쓰라린 문장이다 이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은 나도역사가 되었다는 말이다 세계사보다 더 두꺼운우리들의 개인史 오늘도 산 역사를 확인하며아득한 길의 안부를 묻는다 2025. 2. 21. 비탈밭 비탈밭 /담채 등뼈처럼 굽은 산비탈을휘어진 밭이랑이 기어오르고 있다 위 이랑이 아랫이랑을 끌고아랫이랑이 위 이랑을 미는질긴 가난을 굴리며 평생을 비탈을 기어오르는 형벌의 땅,아버지 어머니가 살던 나라 note농부는 굶어 죽을 지언정 씨앗을 먹지 않는다. 비 오는 날 / 담채 종일 쏟아지는 장맛비에주황색 능소화 뚝뚝 떨어진다 하늘이 흐려지더니 마음이 먼저 젖는다거리로 나서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한다 비처럼 젖는세상의 예사로운 일이며어떤 것은 축축하여눅눅한지 여러 날이다 지렁이가 비틀거리며 길바닥을 지나가고 있다 우비를 입은 오토바이 배달꾼이 속도를 높이며 그 위를 통과하고 있다 작은 상처 하나 봉합하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은 저 산 너머 세상의 의붓자식 같은내 인생을 생각했다 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2025. 2. 19. 노년일기26 - 우이천牛耳川 노년일기26 - 우이천牛耳川/담채 종일 바람만이 길을 내고등 시린 생의 난로를 지피는 우이천변 노인들 몇몇은 바둑을 두고몇몇은 감기에 걸려 쿨럭이며한줌의 눈물을 바람 속에 던지고 던지고, 세상물정에 어두워져만 가는 노인들이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의 운명과 팔자를 짚어보는 동안 나는 작은 기척이라도 내는 게 큰 무례일 듯한 이 절대고독의 현장을 망연히 또 먹먹히 들여다본다 모여서 살면서도 흩어져서 살아가고 외롭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외롭게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에게 기댐이 없기에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그들은 휘청거린다 하나의 갈대로 서서사색하며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과속상하게 침묵했던 시간과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하여 종일 눈물을 넘어서서자신들을 밟고 가는 바람을 등지고 신비한 피리를 분다 2025. 2. 18.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