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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가족관계 증명서*

by 담채淡彩 2022. 8. 5.

가족관계 증명서/담채


가족관계증명서 한 통 떼어 가만히 들여다본다
일찍 돌아가신 3대 독자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와 아들과 딸과 나,
이 종이 한 장이 우리가 한 가족임을 증명하려 들고 있다
달빛 하나로 밤을 밝히던 먼 밀렵의 시대
이름마저 없었을 나의 조상들은 무엇으로 혈육의
관계를 증명했을까
짐승의 울음소리 겹겹이 쌓이는 어느 나무 아래
식구들이 둘러앉아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을 문대며
우-우 소리를 내며
자신을 빼닮은 눈빛과 피부와 곧은 사지四枝들을 확인하며
따뜻한 저녁을 맞이했을 것이다
길도 없는 밀림 속을 맨발로 달려 사냥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눈이 큰 아내에게 사슴 뼈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을 것이다
핏줄이란 아주 먼 시간으로부터
외줄로 흘러온 고독한 운명체
아버지의 말발굽소리가 어머니의 시냇물소리가
얼머나 먼 골짜기를 흘러 여기에 이르렀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서로의 가슴에 귀를 대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미칠 것 같은
한 핏줄의 고동을 들어볼 일이다

낙엽들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저것들도 한때 한 뿌리 한 가지에 기댄 가족이었다

 

19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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