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담채
바람에 떨어진 후박나무 잎 사이로
화려한 계절을 안고 도망가는
개미 한 마리
끝없는 중력을 모아
가을을 쏟아낸다
산너머 새벽부터 넘어간 구름
어디에 모였을까
2024.09.12
***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가 서서히 가는 듯한데
새벽녘 내린 비로 제법 선선하기까지 하다.
집 나서는 게 두렵기까지 했던 뜨겁던 여름날을 뒤로 하고
모처럼 교외로 향하는 발길 가볍다.
화창하길 기대했지만 흐리면 또 어떠랴.
평일이라서 한산한 경춘선 환승역, 멀리 밭두둑의 고개 숙인 조이삭이 익어가고
채 거두지 못한 옥수수도 여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