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7 - 삶/담채
국그릇에 드나드는 숟가락이 국맛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숟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리워
나는 자꾸 국그릇에 몸을 담그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숟가락이 끊임없이 국그릇을 드나드는 일과 같아서
국물을 자꾸 퍼 올려 씹어도 보고 삼켜도 보는 것이다
아무리 삼켜도 쓰디 쓴 탕약처럼 천천히 스미는 空腹의 시간
나는 둥글고 깊은 국그릇에 숟가락을 또 담가본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참, 많은 국물을 퍼 올렸는데도
아직 국맛을 모르는 숫가락 같은 것이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에서 11 - 歲月 저 편* (0) | 2022.07.23 |
---|---|
길 위에서 12 - 가족* (2) | 2022.07.23 |
黃昏의 사랑* (0) | 2022.07.21 |
길 위에서 37 - 섬* (0) | 2022.07.20 |
名詩 감상 (0) | 2022.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