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37 - 時間의 등 뒤에서/담채
서울로 가족을 옮기고 30년 넘게 주말부부를 했다.
길 위에 울타리를 쳐놓고 금 안에 갖혀지낸 30년....
문득, 가족과 떨어져있으면서 쓴 詩들을 꺼내보고 있다.
歲月 저 편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이 많으나
곤고한 길 위에서 시시각각 울어대던 꿈과
아직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격랑으로 일렁이던 것들이다.
그동안 날려보낸 쓸쓸했던 문장들 지금은 어딜 가고 있는지 궁굼타.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는 줄 모르게 왔다가 떠나는 것들,
말이 없으나 그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밤이 길어/담채
밤이 길어
밤이 길어
수리부엉이 울음으로 밤이 길어
삼경에 둥그는 달과
삼경에 길 떠난 철새와
바람의 울음으로 밤이 길어
멀리 있는 식구가 보고싶다
달빛 가루가루 부서져 내리며 이 밤 끝없이 떠내려가는데
적막도 거룩한 침실에
흰 달빛
무엇하러 드는가
2000년 12월 安眠島에서
note
사람은 혼자일 때 더 깊어지고 더 먼 곳으로 닿는다.
가을밤(2)/담채
오래된 침대를 버리고 나서
더 넓어진 방
나는 혼자이고
바람은 수행 중이다
오늘 밤도 나무는
혼자서 잎을 보낸다
1994.11 安眠島에서
몸을 눕히며/담채
임금님들 몇 분
수천 궁녀 거느리시고
이방 저방 오가시고
빨리빨리 돌아가셨네
모래바람 부는 열대의 대륙
일부다처 부족의 턱수염 사내는
아직도 건재하시고
나는
한 평생 주말부부
광야廣野로 떠나신
붓다도 아니면서
예수도 아니면서
聖者처럼 몸을 눕혔네
수척한 갈대 잎이 마르다 마르다 헝클어지는 밤에
두루미처럼 외로워져서
혼자 이불을 깔았네
바람이 부네
내 아내
일구월심日久月深 여사께서는
조용히 씨방을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네
기러기를 닮은 여자가 입덧을 하는지
은행잎 와-르-르-르 쏟아지고
2008, 11 安眠島에서
가을 들녘에 서서/담채
나무는 잎이 가장 가벼운 때 그들을 보낸다
궁극으로 돌아가는 것들은 가진 것이 없다
씨앗의 고동과 한 순간의 열정이
살다 간 자리
텅 빈 가을 들녘에 서면
간절했던 자리마다 빈손으로 떠도는 바람소리
2007.11 安眠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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