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迷路/담채
아침이면 알아서 해가 뜨고
저녁이면 알아서 해가 지는
그 길은 언제나 정확했다
벌 나비 다녀간 자리
한 줌 욕망도 순하게 엎드린
칠십 넘은 나이
저녁이면 알아서 해가 지는 것처럼
나도 가야 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날이 이맘때쯤일 것이다
어디로든 날아갈 듯 마음 안에 돋은 날개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나무는 죽어서도 천 년 바람 소리를 듣는다는데
뿌리 없는 부초의 귀로 미로를 짚어가는
이 하루
문득 시드는 화초를 본다
멀리, 흙에서 발바닥을 뗀 사람들이
만장처럼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