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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아내에게 간다

by 담채淡彩 2012. 5. 8.

아내에게 간다/담채

                  

간판 이름이 사십 년째 안 바뀌는

생선가게 맞은 편 버스터미널에서

안면발 강남행 고속버스 타고 서울을 간다

안면도 연육교 지나 물오리 흰배멧새 한 물결

한 지붕 아래 고락하는 천수만 지나

앞 달리는 --꽁무니 물고 직통버스 타고 서울을 간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만나야 부부라고 믿는 아내와

결혼해서 몇 십 년째 산 것도 같고 안 산 것도 같은

금요일 늦은 오후

편도 10,600원 교통비 깔며 깔며

안면발 강남행 직통버스 타고 서울을 간다

산다는 건 그냥 달려가는 것

가다가 멈추면 큰일 나는 것

저 많은 자동차들 저 많은 사람들 도대체 무슨 중차대한 일로

하나밖에 없는 목숨 걸고 달리고 달리는지 총총한 감시카메라

눈 부릅뜨고 쳐다본다

내 속의 중력을 일제히 잡아 끄는

금요일 늦은 오

몇 주간의 남루를 종추처럼 흔들며

땀 냄새 발 고랑내 가득가득 들어 찬

가방 하나 둘러 메고 아내에게 간다

 

 

2012.07

주말부부 25년차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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