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담채
수백 년 은행나무 아래
신혼의 까치 하나 죽어있네
개미떼,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
조문행렬 길게 이어지네
주검은 언제나 슬프고 의문 깊은 것
한 무더기 바람이 두 날개를 흔들어보네
가슴팍 깃털을 헤쳐보고
두 눈을 들여다보네
세상 믿지 말라 하네
무리진 들꽃도 불꽃같은 사랑도
떨어진 은행잎 한 번 더 쓸려가며
노란 수의를 입히네
쓸쓸하고 싸늘한 지상의 마지막 길
한 까치가 우네
목메어 우네
울음 흩어지는 허공
구름 한 조각 불귀不歸의 주검을 두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가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울음 그치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