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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침을 맞고 있다

by 담채淡彩 2024. 3. 26.

침을 맞고 있다/담채

 

한의원에 다니며 7개월째 침을 맞고 있다.

일명 ‘사암침술’이라 하는데 방문 첫날 맥을 짚더니 체질을 분류해주면서

먹어야 할 음식을 말해주었다.

육류는 쇠고기만 생선류는 생태,대구,문어,오징어만 채소류는 무와 뿌리 채소만

먹으라고 한다.

복통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꼭 가려서 먹으라고 했다.

커피와 밀가루는 1호 금기대상이다.

 

지난 해 여름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지인의 소개로 이 한의원을 찾게 되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밀려있는지 접수 후 3개월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방 네 개와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과 접수대가 있는 한의원에 들어서자

100여 명의 대기자가 침을 맞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마치 난장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의원인가 싶어 침이고 뭐고 그만둘까 하다가 그래도 많은 환자들의

지병이 나았다는 소문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지정해 준 방으로 입실했다.

 

침을 맞는 방은 대략 8~9 평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 안에서 20명이 방석을 깔고 빙 둘러 앉아 침을 맞게 되어있었다.

한 시간 이상 침을 꽂고 앉아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다. 

수십 년째 당뇨 약을 먹다가 침을 맞은 지 1년이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와

당뇨약과 혈압약을 끊었다는 얘기를 몇 사람에게서 들었다.

수면장애로 잠을 못 자던 사람이 잠을 잘 잔다는 얘기,

허리와 어깨 무릎이 아프던 사람이 회복해서 일상을 되찾았다는 얘기 등을

본인들에게서 들을 수가 있었다.

 

침은 30분은 왼쪽 손과 발, 30분은 오른쪽 손과 발 이렇게 1시간을 맞게 되는데

병명에 따라 침을 꽂는 부위가 서로 달랐다.

내게 꽂히는 침은 왼쪽 발에 5개 왼쪽 손등에 1개와 오른쪽은 엄지발톱 부위

에 3개 발등과 종아리에 3개 그리고 손바닥에 1개인데 발톱 부위와

손바닥은 많이 아팠다.

한의사가 1년은 맞으라고 한 것이 엇그제 같은데 그새 6개월이 지났다.

 

일주에 3번씩 열심히 맞고 있다.

침을 맞으러 온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는 동안에도 나처럼 365일 24시간 중증의

복통으로 시달리는 사람을 본 적 이 없다.

간절한 기원이다.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음과 글이 흐트러지고 있다.

밖에는 비가 오는 중에도 목련꽃 흐드러지게 피었다.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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