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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2022.11.18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by 담채淡彩 2022. 11. 18.

2022.11.18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담채

 

 

삶은 저만치 혼자서 외롭고 슬픈 꽃이어서
누군가를 조용히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한다.
동지를 보낸 후 매화나무 가지를 그려놓고 거기에다 하루에 하나씩 매화꽃을 피우며

봄을 기다린 것이다.

붓끝에서 하루 한 송이씩 붉게 피어나는 꽃,
여든 한 송이 홍매가 종이에 채워지면
창문을 활짝 열고 가득한 설레임으로 봄을 마중했다고 한다..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유정한 심정에는 삶에 대한 깊은 외경이 자리하고 있었을 터.
새하얀 한지에 꽃을 채우며 다음 계절을 기다렸을 선비들의 마음 깊음이  그지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의 삶을 너무 멀리까지 보려 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구구소한도는 매화그림이다.
겨울 속의 봄 그림이다.
동지부터 구구 팔십 일째
여든 한 송이의 꽃이 다 그려지면 봄이 온다는 믿음의 그림이다.

그리운 사람이여,
아무리 세상이 캄캄 막막하여도 한 발짝씩 다가가면 마침내 매화꽃 활짝 핀 봄날에 닿을 것이니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절을 기다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기다리며 삶의  뼈마디를

키워나아가고 있는 것이니.   

삶은 때로 허망한 것이기도 하고 하찮은 것이기도 하여
심각하지 않고 심각하게
무겁지 않고 무겁게
세월을 견딘 엣선비들의 마음처럼
저녁을 굶은 아이와 젖이 마른 엄마가 부둥켜안은 둥근 모습처럼
유연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며 언젠가는 찾아올 사랑을 우리는 기다려야 하리.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그 추운 겨울을 가장 아름답게 견뎌낸 옛선비의 고매함에
마음 깊어지는 날이다.


세월.

그 허름한 옷을 조용히 껴입고  바람의 방향으로 흘러 안식을 얻는 구름의 침묵을 본다   

 
높은 곳 보다는 낮은 곳을 기쁨보다는 슬픔을 경작하느라

땅 한 뙈기 품어 본 적 없는 나에게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 기다림의 습성이 자라고  있으리니
우리의 기다림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기록 없는 아픔과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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