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160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 담채 사이버 세상이 도래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늦잠이 줄어든 노년의 역 새벽부터 안부를 전하는 카톡이 울린다 꿈이 현실이 된 지금 신비가는 시라지고 나는 이 통신을 믿는다 머지않아 염력念力으로 통신하는 날이 온다 마사이族도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도 라마僧도 이 통신을 쓴다 2023.09.18 2023. 9. 18. 2023 가을 초입 2023 가을 초입/담채 늙은 감나무 한 그루 오래 들여다본다 하늘의 가장자리에 눈동자처럼 박혀있는 나무 가지 가지마다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나무는 아직 여정을 접지 못한 마음들이 잠깐 쉬었다 가는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순례의 길목이다 맞아들이고 떠나보내는 마음들의 전설로 잎을 틔워 초록을 펴고 시드는 잎차례로 낙엽까지 가보는 것이 유일한 길인 것이다 딱 하루만 피었다 지는 꽃과 만나려고 선연하게 들러앉은 두레의 그늘, 잔가지에 세월이 쌓여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생의 매듭이 굵어졌다 오래된 것들은 다분히 사색적이다 감나무가 저만큼 자라도록 나는 감나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짓무른 눈빛이 아주 어두워져 내가 헐벗은 나무의 그림자 아래 흔들릴 때 한 방울씩 붉게 번지는 노을을 떼어내며 부리 .. 2023. 9. 6. 시시한 日常 2023.07.23 몸이 안 좋아 블로그를 꺼놓고 있었다 소용 없는 글과 사진을 읽어주시던 블친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오랜만에 다시 열어본 블로그, 미처 답글을 보내지 못한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그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긴 장마기, 비가 많이 내린다 지금 내가 당도한 오늘은 窓이 투명하다 길 위에서 나는 고요한 관찰자가 되어있다 시시한 日常/담채 살아가는 일은 바닥이 없는 갈증이다 그래서 수시로 우물을 찾게 된다 그 우물은 일찍이 누군가가 다녀간 우물이다 쓸데없는 구름 몇 점 드문드문 허기져서 떠 있는 이 우물 심심해지면 고요 밖에서 한눈팔 듯이 나를 비춰보기도 한다 2023. 7. 23. 나 홀로 가는 길 나 홀로 가는 길/담채 바람꽃 만발한 벼랑 끝 외나무다리 나 홀로 건너간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흔들리지 않는 삶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도 누군가는 비척비척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2023. 3. 16. 불각사佛刻寺의 밤 / 석여공 불각사佛刻寺의 밤 / 석여공 눈 오네 좋네 추와도 겁나 좋네 누가 저 눈길 더듬어 차 먹으러 오면 눈발 아래 좋겠네 빵모자 쓰고 눈사람처럼 서 있을라네 허공에 찻잔 훈김 쏟으며 언 입으로 반길라네 어눌해도 좋아라 차 먹고 일어나면 짐짓 핑계대고 구들목 뜨신데 자고 가시라 소매 끌어 앉힐라네 아직 떨어지지 않는 잎새처럼 차 향 가시지 않은 찻이파리 같은 손으로 가야 돼, 거절하며 실은 눈발 휘날리는 속으로 허위허위 사라지는 뒤태 그 부처 보고 자픈 것이지만 눈 오네 펄펄 *** 刻을 모신 말로 절간을 짓다 산문으로 빨려들게 하는 詩다. 눈 펄펄 오시는 날,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스님은 ‘눈 내리는 날 차향을 함께 나눌 벗 하나 없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들까지 따뜻이 덥혀 놓았으니,.. 2023. 3. 7. 2023.03.04 - 老母와 日記* 필부일기- 老母와 日記 노모를 케어하는 요양보호사가 고맙다 무릎이 불편하여 거동이 어려운 노모에게 요양보호사는 자식보다 소중한 존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요양사가 도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짧은 세 시간, 작은 원룸에서 혼자 지내며 매일 속옷을 손수 빨고 잡곡밥도 손수 짓고 실내청소도 손수 하시니 보호사가 할 일은 하루 분량의 소량 쓰레기를 버리는 일과 젊어부터 소식을 실천하는 어머니께 딸이 해다 준 반찬 서너 가지를 밥상에 올리는 일, 젊은 요양사가 조금만 더 열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노모의 설합을 정리하다 일기를 보게 되었다 무릎이 다 닳아 걷지를 못하는 당신, 97세 무거운 세월 짊어지고 한숨 몇 번 쉬다가 창밖을 보다가 말다가 줄기만 써내려갔을 노모의 日記, "목사님이 - 다녀갓다 - 바.. 2023. 3. 4.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