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160 生의 약점* 生의 약점/담채 生의 약점은 오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 밤을 자고나면 강제로 나이테가 그려지는 몸 70고개를 넘으며 애써 덤덤해지려는 훈련을 했다 오늘도 빛에 그을린 흔적이 흉터로 남았다 지금도 지구촌엔 나이를 헤아리지 않는 部族이 있다 오늘밤 그들은 마음이 편했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생의 여진으로 멀미를 하며 神을 부수고 진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가장 먼 곳에 있다 2023. 3. 2. 神의 오류* 神의 오류/담채 지구에서 일어난 불의 심판과 노아 홍수에 의한 물의 심판은 나에게도 해당이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우리는 원죄를 뒤집어썼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창조주와의 관계속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 2월 튀르키에와 시리아의 대지진으로 4만7천 명이 넘는 목숨을 잃었다 같은 2월 브라질에서는 유례 없는 물폭탄으로 산 목숨들이 물속으로 파묻혔다는 비극적인 소식이다 무릇 산 것들의 목숨은 물과 불에 달려있고 지구는 지금 혼돈중이다 호피족*의 예언이 두렵다 하늘과 땅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들 언제부터 내 안에서 울고 있었는지 나는 더 이상 神을 숭배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을 사랑하기엔 生은 많이 쓸쓸하다 * 호피(Hopi)는 아리조나주 동북부 건조한 황무지에 사는 고대 종족으로서, 수천년 전 조상.. 2023. 2. 21. 3길 위에서 104 - 낙타 詩를 읽는 밤* 길 위에서 104 - 낙타 詩를 읽는 밤/담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문학행사에 다녀온 날 낙타의 詩 다시 읽다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는 낙타를 보았다 이유를 모르는 모래 폭풍이 경적을 울리며 따라오고 땅속 깊숙이 모래 흐르는 소리 들린다 낙타는 다음 생엔 사람이 된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윤회의 반경, 동물의 세계에도 눈물겨운 환생의 염원이 있다 짐승도 식물도 무생물도 자신의 삶엔 다 생각이 깊다 나는, 밀교의 呪文 같은 낙타의 시를 외우고 다니다가 나태해지는 시간이면 아무 때나 되뇌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폭염이 찍힐 때마다 순종의 눈을 깜빡거리는 낙타의 詩 다시 읽는 밤 적막한 방 안 모래 거품이 흩어진다 2023. 2. 18. 老年일기 103 - 방 하나 비워둔다* 老年일기 103 - 방 하나 비워둔다/담채 지금의 내 나이를 믿을 수 없다 이 문제를 놓고 나는 이따금 시름에 빠지는 것이다 내 私的인 하루는 고독도 외로움도 羽化를 꿈꾼다는 풍문에 시달렸다 영혼이 유랑을 떠난지는 오래이고 知人들은 나를 서서히 잊을 것이다 언제나 배경이었던 서럽도록 아름다운 나의 세월 아무리 가까워도 그리운 건 먼 곳이라 오늘도 내 안에 방 하나 비워둔다 2023. 2. 18. 老年일기 102 - 밤의 길이를 재고 있다* 老年일기 102 - 밤의 길이를 재고 있다 /담채 밤이 아파하는 곳으로부터 허공의 상처 같은 새벽달이 진다 캄캄한 지층으로 몰려가는 바람 소리 환청에 가까운 소리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마음 안에 결리는 돌부리가 많다 뜬눈으로 불 밝힌 새벽, 바싹 탄 입안에 긴 가뭄이 지난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기다림을 남발하는 내 영혼의 빈터 밤새 지구를 돌아온 거리만큼의 시간이 어둠 속에 쌓인다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 조용하고 긴 불면의 강 졸면서 불경을 외우는 동자승처럼 잔뜩 늘어진 밤의 길이를 재고 있다 2023. 2. 16. 노년일기 101 - 아내* 노년일기 101 - 아내 당신의 터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동안 웃는 날보다 흐린 날들이 더 많았다 고립무원의 꽃 진 자리는 늘 당신 몫 간밤에도 떨어진 꽃잎 낭자하다 하루를 천년 같이 고뇌하며 살았어도 긴 세월 돌아보면 모든 게 일장춘몽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 무형의 느낌을 더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겠다 별빛 내리는 북창北窓 밖으로 찬바람 매섭게 지나는 밤 가시 같은 고독을 괄호 안에 가두고 세상이 한증막 같다는 당신 다음 생에 다시 만난다면 함부로 당신을 꺾지 않겠다 2023. 2. 12.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