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 위에서160

老年日記 52 - 2023.12.28 老年日記 - 2023.12.28/담채 잠 깬 새벽 03시 가볍게 양치하고 커피 봇트에 따뜻하게 데운 물을 천천히 마셨다. 이렇게 너무 일찍 잠이 깨면 가장 먼저 찾아 오는 게 무료함과 따분함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자의 게으른 권태다.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神과 나눈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만일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면, 그것은 “복종”일 뿐 “성장”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감정”(느낌, 울음, 웃음)을 진실로 ‘존중’하라. 그러고 나서 “신”을 깨달으라. 하는 대목이 나를 멈추게 한다. 제야의 종소리를 앞둔 연말 전북 모처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어느 구청에 8억여 원의 현금과 불우한 이웃에게 써달라는 쪽지가 든 박스를 몰래 놓고 갔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선행이 무려 24년째 이.. 2023. 12. 28.
필부일기와 노년일기/담채 필부일기와 노년일기/담채 짧은 동안 필부일기의 題를 몇 편 올렸었다. 글을 쓰면서도 내 처지가 진정 필부의 범주에 드는가 의심이 들기도 했으면서 내 자만이 가져온 제목이 아닐까 각성하며 ‘노년일기’로 바꾸기로 한다. 오늘이 12월 24일 거룩한 성탄절 길 위에서 한 해를 돌아본다. 떠나는 건 세월인데 내가 배웅받는 건 아닌지 속절없이 푸른 결핍을 만져보며 안개만 몰려오는 계곡을 만난다. 햇살 한 줌에 욕망 한 개씩 탁발하며 한 걸음씩 걸어온 한 해 이 작은 생이 오류라면 인간의 높이를 따돌릴 수 있는 게 세월이라 해두자 神을 만나는 밤이 더 있어야 하겠다. 2023.12.24 2023. 12. 24.
필부일기 2023.12.22 필부일기 2023.12.22 폰에 저장된 주식사이트가 갑자기 날아갔다. 이리저리 만져봐도 복구가 안 된다. pc에 깔려있기는 하나 언제 어디서나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가 사라졌으니 답답하다. IT전문가인 아들은 근무 중인지라 무용지물이고 방학 중인 외손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의대 2년차인 손녀가 집에 있었다. 부랴부랴 딸네에 가 순식간에 복구를 하고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했다. 법학을 전공 학교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사시까지 준비했던 그 딸은 요리가 취미다. 집에서는 잘 대할 수 없는 이름도 모르는 퓨전요리를 차려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얼굴, 子息이란 모든 부모의 분신이리라. 아버지와 아들/담채 어린 두 아들을 둔 아들이 등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아들과 나는 몇 가지 우연.. 2023. 12. 23.
필부일기 8 - 고향을 팔까? 필부일기 8 - 고향을 팔까?/담채 - 2023.12.20 절망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늘 그리움의 말로 나를 부르는 고향 그곳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덩어리 몇 조각과 노모를 위해 지어드린 원룸 한 채가 남아있다. 요양보호사 케어를 받으며 홀로 기거하시던 노모께서는 금년 11월 둘째 딸에게 가 계시고 지금은 이 집이 비어있다. 앞으로도 이 집은 계속 비어있게 될 애물단지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 빈 집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시로 보일러를 점검해야 하고 한파에는 수도 관리 그리고 냉장고 관리 넒은 공터 관리 등 마음 쓰일 일이 적지 않다. 지금은 휴직 중인 이웃의 요양보호사에게 일일이 부탁하여 처리하고 있지만 부담스럽러운 일이다. 이 와중에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지인으로.. 2023. 12. 20.
필부일기 7 - 애완견을 보내다 필부일기 7 - 애완견을 보내다 필부일기 - 애완견 ‘둥이’ 우리집 애완견 18살 ‘둥이(요크샤 1,8kg)’는 귀먹고 눈멀고 그 예민한 후각마저도 완전히 잃었다. 날마다 세 끼니 품에 안고 좁쌀만 한 사료를 한 알 한 알 집어 입에 넣어주고 있다. 사료를 다 먹고 나면 더듬더듬 걸어 다니는데 벽에 문짝에 가구에 쿵쿵 머리를 찧을 때마다 아내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고 한다. 아내는 둥이의 자세만으로 욕구를 읽어내는데 그 신통력이 놀라울 정도다. 어떤 자세는 사료가 먹고 싶을 때, 어떤 자세는 물이 먹고 싶을 때, 어떤 자세는 오줌이 마려울 때, 또 어떤 자세는 배변신호 아내는 이 자세를 정확히 읽어 그때마다 둥이의 욕구를 충족해줬다. 둘의 교감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극진한 케어로 전혀 앞이 보이.. 2023. 12. 18.
필부일기5 - 나목裸木 필부일기5 - 나목裸木 겨울비 그치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며 눈발이 날렸다. 눈 내리는 하오下午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듯 떨면서 내린다. 지나간 사랑의 소식이 아니라도 울림이 있을 것 같은 날 커피라도 한 잔 타 들고 베란다 밖을 내다보고 싶은 날이다. 그런데도 몹쓸 복통이 이 사소한 바램까지를 앗아가고 있다. 베란다 밖 겨울 하늘, 환상처럼 시야를 흔들며 새가 날아간다. 날이 저물고 또 저물어 아무 병 없으면 나도 저렇게 새처럼 아름다워지겠구나...... 2023.12.16 나목裸木/담채 어딘가로 달리던 풍경이 단색으로 멈춰있다 한 잎의 미련까지 다 떨구고 석양을 등지고 선 나무들 두타*의 걸음으로 겨울을 간다 숨소리조차 세상을 피한 듯 미동 하나 없이 지극한 저 자세 산다는 건 천상의 기도 같은 .. 2023.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