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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32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담채 여름 한 철 황망히 가고 가을이 올 때까지 오래 부스러진 당신 망극한 지상을 다 헤아리는 중인데 나도 같이 엎드려 풀 한 포기 솎아보았는가 어미인 것만 빼고 '내 生으로 흐르는 것은 하나도 닮지 마라' 섬에서 서울로 나를 밀어올린 어머니 눌러도 솟구치는 바람에 먼빛으로 오시는데 죄 짓는 도심에서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 왜 이리 깊고 시린가 2022. 6. 28.
선線* 선線/담채 넘어서는 안 되는 線이 있다 아직 이해할 수는 없는 그 線을 나는 자존심이라고 했다 네가 보고 있지 않을 때도 더는 넘어서는 안 되는 線 지금의 나이기를 고집하는 궁색한 신념이 머무는 자리 점점 작아지는 내 자리는 우주가 만든 심오한 질서다 2022. 4. 20.
아, 주말부부 35년* 아, 주말부부 35년 주말부부 35년을 했다. 위로 딸, 아래로 아들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딸애 중1 때 가정방문을 한 담임으로부터 딸애를 서울로 전학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영어선생이며 딸애의 담임이었던 여교사는 딸애의 전학을 권하고자 일부러 밤중에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자식에게 좋은 인성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농협에 근무하고 있던 아내는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1988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 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아침에 독수공방 신세가 되었다. 말이 주말부부지 당시엔 토요휴무제도 없고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이 되기 전인지라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상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정.. 2022. 2. 19.
다시 11월/담채* 다시 11월/담채 나무는 잎을 보내고 외로운 越冬을 준비 중이다 霜降 지나 피어난 붉은 가을 장미 아직도 단단한 가시는 種을 위하여 날카롭다 오늘 같은 날에는 낙엽 위에 詩를 쓰며 낭만의 시대를 추억하는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천천히 낙엽을 밟는다 순환은 늘 정확하고 歲月은 나를 놓아주기 위하여 오늘도 분주하다 2022. 1. 13.
쓸쓸함은 아직도 신비롭다* 쓸쓸함은 아직도 신비롭다 환상과 자폐에서 깨어날 때마다 아파트만 무수히 태어났다 사람들은 무성한 아파트를 반성했지만 반성뿐인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어떤 결론은 보기에도 민망했고 입 속에서도 서걱거렸다 저녁이 되어 사람의 그림자가 발등에 수북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쓸쓸함을 꺼내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떤 청춘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떠돌았고 어떤 사람들은 골짜기의 그림자처럼 두꺼워졌다 그런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 바람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났지만 주위를 환기시키지 못했고 풀잎들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뱀처럼 차가운 달이 뜰 때면, 어떤 이는 단순하게 흙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이는 삶과 죽음이 하나인 세계로 들어갔지만 남은 자들은 소수자에 불과했다 도시 외곽을 에둘러 흐르는 냇물이 움직였다 그 물 꼬.. 2021. 7. 10.
마당을 쓸다* 마당을 쓸다/담채 늙은 감나무 한 그루 일제히 잎을 내린 마당 백발의 사내가 밤새 어질러진 마당을 쓴다 동트기 전 어머니 빈 단지 속 근심을 오래오래 닦아내듯 마른 몸 구부리고 마당을 쓴다 간밤 달 별 구름 바람 소리 없이 지나간 마당 죄송스러운 내 허물 무수히 쏟아졌으리 내 靈魂의 게으른 손 살아온 날들의 그림자 얼마나 지울 수 있을까 애써 나를 쓸어내던 대빗자루 불현듯 고쳐 잡고 내 안을 쓸어내는 아침 一生 벗지 못한 누더기 한 벌 외로움도 쓸고 있다 2021.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