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23 사랑 사랑/담채 사랑... 그 인연 긴 江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면 그렇게 쌓인 울음 제 물빛 되는가 무제無題 /담채 엄동설한 대동강 얼은 물 백 바가지 퍼다가 내 살로 데워 너를 씻겨주면 네 몸에서 꽃이 필까 눈물이 필까 note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도 사실 끔찍하게 서로 다르다. 물을 줘야 자라고 정성을 줘야 자라는 꽃 같은 인연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는 그 緣에 속해있다. 사랑에 대하여/담채 사랑은 불확실하고 이별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랑보다 오래가는 것은 없다 2024. 3. 25. 의문疑問 의문疑問/담채 아내는 죽어야 많이 타는 생명보험에 꾸준히 돈을 붓고 있다 죽은 후에도 돈이 필요했던 걸까 아내는 고단한 삶의 등에 짐 하나를 더 얹었다 알에서 깨어나 열심히 살아온 개미들이 좁은 마을길을 일열로 횡단하고 있다 누군가의 발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죽은 개미들이 무더기로 으깨져 있다 부지런한 저들은 왜 생명보험을 간과했을까 오늘도 어제처럼 살고 내일도 오늘처럼 살 게 뻔한 아내가 죽어봐야 알 수 있는 일에 없는 돈을 꼬박꼬박 붓고 있다 1998.05 묵상黙想/담채 눈 감으면 어떤 것은 안 보이고 어떤 것은 더 잘 보인다 아, 오늘도 하루 해가 다 갔구나 永遠에 실패한 것들이 바람 속을 간다 2024.03.24 2024. 3. 24. 生의 길 生의 길/담채 살얼음판 生의 길 한 걸음 한 걸음이 쓰라린 문장이다 生의 길은 어디에나 언덕이 많은 것인데 입만 열면 百歲人生 말을 하니 사람이 점점 귀신을 닮아간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모두가 오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제도 내일도 없이 달랑 오늘을 사는 하루살이를 생각하며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무도 풀도 이 행성에서 늙지 않는 건 아무 것도 없다 note 단 하루를 살면서도 해 뜨는 거 보고 해 지는 거 보고 사랑하고 알을 낳고 제 할 일 다하고 삶을 불사르는 하루살이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면 오래 산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루살이의 일 년이 사람의 100년보다 짧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2024. 3. 22. 겨울 덕수궁에서/담채 겨울 덕수궁에서/담채 황홀한 시작과 쓸쓸한 최후가 둥그런 돌담 안에 멈춰있다 아직도 천둥소리 마른번개 번쩍이는지 蒼然한 경내를 황급히 벗어나는 한 무리 새떼 백 년 이백 년 오백 년 飛龍의 금물결 아득히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찬란한 물결 南柯一夢을 바라보는 나무와 풀과 저 높은 돌계단 하나하나 무엇을 내리며 긴긴 시간의 물거품을 휘젓고 있는가 오늘도 구름은 저를 허락하여 바람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 땅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뜨고 졌을 무수한 일출과 일몰 돌아올 데 없는 빛과 그림자 어디에 닿고 있는가 먼 데서 佛頭花 꽃잎 피었다 지고 한 치 앞 저승 쪽에서 또 다른 윤회가 걸어서 오는 천지간 한때 우리가 가고 온 길 다 지우는 눈보라여 2024. 3. 22. 가락 가락 /담채 "고장 난 냉장고 삽니다아 피아노 삽니다 에어컨 세탁기 삽니다~아~~~ 고장 난 가전제품 삽니다~아---" 올라갔다 내려가고 내려갔다 올라가며 다시 이어지는 저 고달픈 가락, 잠시 끊어졌다가 "고장 난 물건 삽니다~아---" 이런 이런 나를 사겠다는 소리 아닌가 알고 보니 고장 난 가전제품은 헐값 중에도 헐값이란다 70년 넘게 구부러진 내 生 고장 난 허리 어깨 무릎, 소금꽃 하얗게 흘러간 등짝 모두 팔아버리고 싶은, 하늘이 샘물같이 맑은 날 불현듯 고물장수 확성기 소리가 나를 끌고 간다 골목으로 골목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간다 한 생을 소처럼 걸어온 나를 지금 내다 팔면 아주, 아주 헐값일 것이다 2024. 3. 21. 西海에서... 西海에서... 여기에 있는 글들은 내나름의 방치된 사유思惟들이다. 문학적 성취를 위한 것도 아니고 여기 모인 무절제한 시편들은 글쓰는 동안이라도 자유롭고 싶은 내 일상의 습관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30여 년이 넘는 주말부부생활과 정년 후 얼마 되지 않는 서울생활의 불안정한 날들을 지나며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이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글을 쓰지 말 것과 맑은 소리를 내는 글을 써야 하는데 혼자 가야하는 이 길은 언제나 아득하다. 길 위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일 때가 많았지만 이 방(西海에서...)에서의 시간만큼은 하루에 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나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나나 평등해지는 시간이다. 바람도 알지 못하고 구름도 보지 못하는 이 조용한 숨소리가 오늘의 자리를 떠나더라도 그리움 하나 .. 2024. 3. 19. 이전 1 ··· 5 6 7 8 9 10 11 ··· 10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