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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024.04.28 맑음/ 밤 10시 경 안면도에서 전화가 왔다.혼자 계시던 노모를 여동생이 모시고 간 후 살던 집이 몇 달째 비어있다.이 빈집을 세를 놓으라는 전화다.그렇지 않아도 몇 달째 비어있던 집이라 신경이 갔었는데 잘 된 일이다.이 집은 각종 관공서와 하나로마트, 6개의 병의원, 버스터미널, 시장 등의 편의시설이 반경 200m 안에 자리 잡은 남향으로 주거지로는 가장 좋은 위치이며지은지 십 년이 채 안 된 비교적 깨끗한 원룸이다.시골임에도 집이 모자라 셋방이 많은 동네.그럼에도 혹 노모께서 다시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비워두고있다가 전화를 받고 월세를 주기로 했다.월 5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었지만 관리를 목적으로 한 만큼 매월 10만원씩만받겠다고 하니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집.. 2024. 4. 28.
2024.04.27 2024.04.27 맑음/  오늘은 중식 모임이 있는 날,친구에게 죽을 가지고 가겠다 하니 본죽을 사가지고 갈테니걱정 말고 빈손으로 오라고 한다.약속장소에 가보니 친구가 먼저 와 어떤 죽을 좋아할지 몰라 전복죽괴 야채죽 두 종류를 사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강남역에 위치한 고급레스토랑 샐러드 바엔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했다.일행 모두가 샐러드바에 차려진 음식을 날라다 먹고 마지막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자르는 동안 나는 죽그릇에 수저를 담그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꾸역꾸역 죽을 퍼 먹었다. 식사 모임에서 죽으로 때운 것은 처음이다. 친구가 22,000원을 들여 사온 죽맛이 형편없었다.평소 손님이 많았던 레스토랑 인데도 빈 테이블이 많은 걸 보니 서울의 중심인  강남쪽에도.. 2024. 4. 27.
버리고 정리하기 2024.04.22/맑음 사진은 퇴직 할 때 받은 10돈 짜리 금장식이다. 돈으로 따지자면 별 것도 아니지만 이걸 딸에게 줄까 아들에게 줄까 생각하다가 딸에게 주기로 했다. 마음 깊은 딸은 아버지가 평생을 일해 온 직장, 내 인생의 전성기를 다 허비하고 받은 알량한 기념품을 잘 간수할 수 있을까? 간수하던 팔아 쓰던 그건 딸이 알아서 할 일인데도 이 작은 것 하나까지 마음 쓰이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물욕에 길들여진 사람일 뿐이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남은 생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도 정리하고 비우며 가야하는 길이다. 선거 끝나고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뉴스마다 정치 얘기다. 선거의 바람이 불면 民草가 잠깐 주인이 된다. 날치기 없는 국회, 365일 국책을 토론하는 의사당 풍경, 적이냐 동지냐가 아.. 2024. 4. 22.
2024.04.20 2024.04.20/흐리고 비 흐린 아침 시간이 지나가 살짝 봄비가 온다. 우산을 쓰고 지하철 부근을 지나다가 비에 젖은 보도블럭에 앉아 있는 40후반의 남자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쳤다. 불과 몇 미터 쯤 지났을 때 언뜻 비친 그의 모습이 눈에 밟혀 다시 그의 앞으로 되돌아섰다. 흠뻑 젖은 바지가 걷어 올려 진 양 다리에 깊은 화상을 입은 흔적이 몹시도 험했다. 그 다리 앞에 놓여 있는 양재기 안에 오천 원을 넣어주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아침 나절 가벼운 걷기를 하고 집에 와서 실내자전거 40분을 타고 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찍 걷기 운동을 마치기를 잘했다. 어제 의대생 2천 명 증원과 관련하여 총리께서 정부입장을 발표했다. 증원의 50%에서 100%까.. 2024. 4. 20.
2024.04.18 2024.04.18 맑음/ 사막에서 발원한 두 종교가 오늘도 충돌한다. 티벳에서 태어나면 불교에서 길을 찾고 사막에서 태어나면 Alah가 유일신이다. 알고보면 이슬람의 유일신인 알라-하느님과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인 여호와-하나님은 동일한 신인데도 하나의 신을 믿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인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지구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참혹한 것이 아이러니다. 이념은 편견을 낳기도 하며 이를 수정하는데는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쟁의 뉴스가 우울을 불러오는 4월이다. 목요일이다. 일주의 절반 이상을 지나왔다. 이렇게 또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 안 그래도 나이가 들면 지구의 자전속도가 빨라진다는데 주말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으니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며칠.. 2024. 4. 18.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담채 배가 아픈 뒤로 술 끊고 커피 끊고 담배 끊고 바깥출입도 줄었다 가끔은 마음 둘 곳 없어 되지 않는 글을 쓰기도 하고 섬처럼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그런 날들이다 이렇게 살다 보면 격조한 세월 탓에 지인들과도 할 말이 없어지고 왕래도 끊어질 것이다 무더기로 핀 라일락꽃 향이 백 리를 달려가는 이 아침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다시 적막할 공간에 채워질 양식과 밤을 지켜줄 불침번은 무엇일까 지금껏 연연하고 집착하며 내가 키워온 것들이 한참을 어긋나 먼 길을 떠나고 있다 2024.04.16 2024.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