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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물의 조각*

by 담채淡彩 2022. 4. 13.

물의 조각/담채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는 물금을 새로 긋는다
물금을 그으며 새로운 무늬가 결정지어질 때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또 다른 하나의 생명이 고요히 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한조각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듯

생명이란 그렇게 생겼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류와 바다로 아프게 꼬여있는 끈

애초에 내 뼈는 바다에서 온 것임을 나는 믿는다 

 

어느 순간 부레를 잃고 지상으로 옮겨진 나는 바다의 종족,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지상의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었으므로 
어머니의 첫부름이 들려오는 최초의 기억의 밑으로 밑으로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닥
언제 멸종될지 모를 어족들이 어슴푸레 떨어지는 빛을 감고
영생에 몰두한다
어느 염원이 간절함을 지나 내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몸속을 오가는
이 반복은 진화의 영역에 가깝다   

             

보름달이 뜨면 상기된 소수의 어족들이
지상으로 온다는 어부가 있었다

 

바다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적
나보다 더 아픈 그 누가 프랑크톤 잔뼈를 씹는 슬픈 소리가 들린다
몸으로 또 바다가 오는지 태아처럼 웅크린 어린 내가
모래를 툭 툭 털어내며 수평선에 떠오른다 
아픈, 물의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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