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다/담채
아버지 제삿날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으레 바다로 나가셨다
거기가 무덤인 줄 모르고
풍랑이 데려간 아버지 발치에서 바지락을 캐냈다
바람과 바람이 부딪쳐 흐느끼는 갯벌밭
어머니가 몸을 말고 바지락을 캔다
세상의 마지막엔 바다가 올 거라는 어머니
어머니는 반나절 넘게 바다가 내어주고 있는 바지락을 정해준
몫만큼 캐고 나서야 무릎을 폈다
움푹한 모래바닥 한쪽에 바지락조개들이 모아져있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바구니에 옮겨 담고 바닷물에 흔들어 씻었다
그런 다음 속이 빈 것들을 일일이 골라냈다
아버지는 어부였다
들물 무렵, 짜디짠 바닷 속 이야기 고루 묻혀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마늘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머릿수건을 벗어 흙먼지를 탁, 탁 털어내고
끓여주는 바지락 국물을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사십 년 넘게
젊어 돌아가신 아버지 제상祭床 위에
한 사발 슬픔 같은 갓 맑은 조갯국을 올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