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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by 담채淡彩 2024. 6. 4.

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담채

 

2010.09.02 새벽
초속 52km의 초강력 태풍 곤파스*가 서해안을 관통했다
지표의 잡초들이 모두 쓰러진 
태안 안흥 간 국도변
무성했던 벚나무 가로수들이 이파리 하나 없이
말뚝처럼 서 있다
삽시간에 생장동력을 잃어버린 벌거숭이 나무들이
아슬아슬 생을 견뎌내는 9월초
잎 하나 없는 나무에서 때아닌 벚꽃들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다
모든 뿌리의 水深은 수만 리 눈물길,
生의 위기를 알아차린 뿌리가
재빨리 꽃잎을 밀어내어 광합성을 대신하게 한 것이란다
세상 어디에 저토록 환한 꽃이 있으랴
생사를 넘나든 나무들이 
간절히 만들어낸 길 하나
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note
 
* 2010.09.02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 서해안을 관통한 태풍
  이 태풍으로 안면도의 보물 100년이 넘은 소나무 천여 그루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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