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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백발白髮을 감추다*

by 담채淡彩 2021. 10. 21.

 

백발白髮을 감추다/담채

 

한 번도 염색을 해본 적 없는 내 백발은

가까이에서 보면 희고

멀리에서 보면 안 보인다

 

80넘은 노모가 출근하는 아들 뒤통수에 대고

염색 좀 해라 성화시다

어디에나 이런 흰 머리는 있다

햇빛을 삼킨 정수리가 오늘 따라 중심을 잡고 빛난다

오랜만에 이발소에 간 날 머리를 맡겨 처음으로 염색을 했다

검은 빗이 지날 때마다 파뿌리 같던 머리칼이

검게 물이 든다

 

하얀 머리털이 검게 변할 때마다

한 발짝씩 되돌아오는 세월 저 편의 시간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들여다보자 잠깐 돌아온 세월이

나를 오독한 듯 주춤거린다

 

세상에는 붙잡지 못한 풍경들이 많다

검게 변한 머리가 한 사람의 바깥을 얼마나 떠받칠 수 있을까

쓸모도 없는 검은 빛이

외형을 잠시 바꿔놓은 것 뿐이리라

문득 릴런드 스탠퍼드*의 일화가 떠오른다

'사람을 외모로만 취하지 말라'

 

나는 그 뒤로 오늘까지

단 한번도 머리 염색을 해본 일이 없다

 

 

* 릴런드 스탠퍼드는 전 재산을 교육사업에 헌납하기로 하고

   하버드대 총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그의 남루한 차림을 본 수위가

  그의 행색을 보고 거절하자 마음을 접고 돌아가 후일 명문 스탠퍼드대를

  설립했다. 그후 하버드대 정문에는

  “사람을 외모로만 취하지 말라”는 문구가 새겨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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