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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애肝가 탄다*

by 담채淡彩 2020. 9. 7.

애肝가 탄다/강성백

 

耳順의 누더기를 걸치고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쫒기듯 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의 肝는 쉽사리 타

입이 쓰고 눈물이 많아졌다

 

타고르의 詩를 번역하며 지하로 지하로 흘러든

준수한 젊은 家長

누가 그의 생애를 우울하게 만들었는가

아내의 식당 일로 생계를 꾸려가던 대학 강사가

또 목을 맸다

아침 뉴스를 보며 애가 탄다

소금 자루 짐을 지고 茶馬古道를 넘는 나귀 떼

死地를 넘고도 마른풀 한 줌이 보상의 전부다

헛배가 부풀어 오른 아프리카 난민촌 아이들

그 까만 눈동자를 보며 애가 탄다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걸어둔 사람들

입만 열면 백세 인생 말하니 사람이 귀신을 닮아간다

도망간 며느리의 아이를 경운기에 싣고 탈 탈 탈

들녘에서 돌아온 이웃집 농부

먼 허공에서 걸어온 별들이 안타까운 그의 밤을

기록하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학업 성적을 비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곤고한 사춘기들

자식이 죽어도 요지부동인 교육의 잣대가 많이

비뚤어져 있다

중풍에 쓰러진 동창생을 보며 애가 탄다

개똥을 맨손으로 집어 변기통에 던지는 아내

갈수록 사나워지는 아내가 조심스럽다

자꾸 들먹거리는 담뱃값이 염려스럽다

목이 마르다

 

산다는 것은 허기와 갈증이란 말이 그럴 듯하다

이 쓸쓸한 여정의 복판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눈 뜰 때마다 석회화하는 갈비뼈 밑에서

나의 肝는 안녕한지

자꾸 궁금한 것이다

 

 

2007.12 安眠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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