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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수덕사修德寺* 수덕사修德寺/담채 하늘에 구름 몇 점 대웅전 큰 마당 염불에 익은 가랑잎 빈손으로 흩어진다 딱히 불지 않아도 좋을 바람이 흩어진 낙엽을 한쪽으로 쓸고 간다 만공탑滿空塔* 그 아래 머리 숙인 사람들 지은 죄 또 지을 죄 분리 없이 빌고 돌부처 머리 위 겁 없는 산새 극락의 길 멀고 멀다 뚫린 허공 사르며 한 조각 구름처럼 세상을 벗어나는 비구니 목탁소리 몇 겁을 건너가 말言이 되려는가 * 1947년 충남 예산 수덕사에 세운 滿空스님 추모탑 1991.11. note 나는 절마당에 서서 가장 조용히 흘러 안식을 얻는 구름의 침묵을 본다. 세상을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목탁소리가 하늘을 펼친다. 2023. 1. 4.
방황 방황 /담채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거리 얼어붙은 길 위에서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떨고 있는 저 누구...... 오늘은 나를 만나야 하겠네 1999.01 note 삶이란 역류의 운명을 안고 자지러지게 울어보다 바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그리움과 사랑을 이해하는 데 一生을 바친다. 바람은 바람이 되어 소리를 내고 지친 몸을 내맡기는 그것들은 쓸쓸하다. 팽팽한 삶의 그물자락을 세상 한가운데에 펼쳐 보이며 나의 그물에 묻은 저녁을 털어내고 있다. 2023. 1. 3.
西海에서...* 西海에서... / 담채 여기는 西海 영영 눈부신 석양을 바라보며 너에게 엽서를 쓴다 파도가 깎지 못한 갯벌에서 수피를 벗는 천의 생의 윤슬 앞에서 오랫동안 당신을 생각하고 오랫동안 잊기도 하였다고 구슬픈 손가락이 들어 올린 지나간 시간들 마음은 東으로 육신은 西로 영과 육이 따로따로 나뉘어진 길 위에서 죄인처럼 서성이는 나는 짙은 은유와 주렁주렁 매달린 허식을 먹고 사는 한 마리 짐승, 저만치 혼자라서 외롭고 슬픈 꽃 별이라는 상상의 사물을 가슴에 달고 폭풍처럼 지나온 길을 듣는다 슬픈 페이지를 넘기면 또 하나의 슬픔이 펼쳐지는 저녁 바다 엽서를 쓰던 손이 모래에 묻힐 때 사랑이라는 말도 그대라는 말도 멀리서 圓을 그리다 지상을 떠나게 되리 2023.01.03 note 새해를 맞아 안면도에 계신 97세 .. 2023. 1. 2.
정암나루 언덕에 서서 정암 나루 언덕에 서서 - 옴니버스 형식으로/담채 이슬 걷힌 아침 홀로 강변에 서서 남쪽 하늘 바라보던 한 사내가 흐르는 남강 물결 위에 부귀 권세 다 던지고 내리 사흘 밤낮 마음 벼려 장부의 길 들었으니 선조 25년 음력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벼슬의 뜻을 접은 젊은 유생 곽재우는 부처님 귀와 같이 가지를 늘인 의령 세간리世干里 느티나무 가지에 큰 북을 걸었다 이 현고수懸鼓樹 북소리는 날개를 단 듯 조선 팔도 방방곡곡 울려 퍼져 낮은 처마 아래 순한 민초에게도 새파란 보리밭에 오줌을 퍼 나르던 농부에게도 덕망 높은 양반가에도 날아가 닿으니 이 산 저 산 봉우리를 넘어간 북소리는 조선 최초의 의병을 불러 모으는 단초가 되었다 당시 41세 유생 곽재우는 가재家財를 풀어 도처에서 운집한 의병들을 재우고 먹.. 2022. 12. 31.
살며 생각하며* 살며 생각하며/담채 내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고 내가 안다고 믿고 있는 것들도 정녕 모르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래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위로 흐르는 것일 때가 있었다 나는 소통되지 않음에 절망하고 절망으로 넘어질 때마다 병들고 지쳐있는 것들을 먹고 일어났다 나를 끌고 가는 것은 높고 위대한 것들이 아니라 작고 초라한 것들이다 아무리 짚어봐도 나는 깊이 살았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눈 감았다 뜨면 사는 일이 의혹만 가득하다 2022. 12. 30.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담채 반가 자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오래 바라본다 한 자세로 생각이 깊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말씀이 멀리서 보아도 반짝이겠다 이승과 저승 사이 누구의 귓가에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천둥 살도 없고 뼈도 없는 혼백이 수만 번 날아가 생사를 헤아린 흔적 이제 당신은 완성된 침묵입니다 note 고요한 천둥은 일상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이다. 반가사유상 또한 그러한 작품이어서 다양한 소리를 지닐 수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모래 알갱이 같은 사유는 인간을 이해하게 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에게나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경지이다.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