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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내 딸 시집을 간다* 내 딸 시집을 간다/강성백 내 딸 시집을 간다 분홍 저고리 청치마 아내 오장육부 따라간다 제 어미가 나를 만나 母港을 떠나왔듯 먼 곳에 있는 마음 하나를 향하여 슬하를 떠난다 제 손으로 꽃 모가지 하나 꺾어보지 못한 것이 아이를 낳고 밥을 안치고 된장국 간을 맞추며 한 가계를 이어갈 것이다 숨찬 눈부심 삭여내며 부모를 떠나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盛婚 훗날 두 사람 온전하거든 눈이나 펑펑 내려라 삼백 예순 날 꽃잎 날리며 살아라 * note 한 해를 걸어온 사람들이 다음역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12월 도심의 예식장 주례사는 짧고 붉은 카펫이 정갈하다 나는 자식을 놓고 또 하나의 삶을 실험대 위에 세운다 2018. 12. 10.
경종警鐘 경종警鐘 /강성백 神께서 내게 두 개의 눈을 주시고 두 개의 귀를 주시고 한 개의 입을 주신 것은 意味深長하다 2018. 12. 6.
쌀아, 쌀아 쌀아, 쌀아/강성백 이른 봄 여린 묘苗들 찬물 속에 꽂혀 서리 오는 밤마다 마디마디 얼어 뼛속까지 얼어 아린 살점 도려내고 싶었을텐데 가뭄 지나 태풍 지나 포기마다 이삭 달고 먼 길 달려왔구나 세상 어디 배고파 아파하는 슬픔 위로 너울너울 달려왔구나 물약 뜨듯 흙물 먹고 땅빛 닮은 내 식구들 하루 세 끼 먹여 살릴 쌀밥으로 왔구나 2018. 12. 5.
구두수선공 아저씨 구두수선공 아저씨/담채 공중을 날아다니다 툭, 떨어진 풀씨처럼 낯선 담벼락 밑에 주저앉은 구두수선공 아저씨 열 손가락 열 손톱이 흠집 투성이다 오늘은 이 거리 내일은 저 거리 삶의 줄기를 뻗으며 누추로 떠돌아도 청주에 집이 두 채, 넥타이 맨 아들이 둘, 조강지처 하나 그러고도 생전에 먹고 살 것 다 챙겨놓았다 한다 자본도 필요 없고 학벌도 필요 없어 빈둥거리는 젊은이에게 손기술을 전해주고 싶어도 배우겠다는 사람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은 쇠망치를 쥔 손이 타악기를 두드리듯 신들린 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벗어던진 발바닥 냄새를 뜨겁게 끌어안고 마치 자신의 生을 갈아 끼우기라도 하는 듯 공들여 구두창을 갈고 있다 오늘도 바람 속에 쪼그려 앉아 낡은 구두 속에 영혼을 심는 그의 몸에서 장구.. 2018. 5. 22.
엄동嚴冬에 부쳐 엄동嚴冬에 부쳐/강성백 12월이다 참새들의 회의가 유난히 길어졌다 긴 엄동을 걱정하는 것이다 벌이가 없는 이웃집 노부부가 막막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보일러용 경유 한 드럼에 356,000원 혹독한 빙하기가 두 노후를 덮칠 것이다 언 밤을 걸어갈 맨발들이 간절히 기다릴 봄 오는 봄에는 혹한을 견뎌낸 들꽃들 무리지어 피거라 * 辛卯年 12月 안면도에서 2017. 11. 4.
만종 만종 /김영주 한적한 시골시장 오래된 묵밥집에 백발의 할매 할배 나란히 앉아 있다 둥그런 엉덩이의자에 메뉴도 한 가지뿐 반 그릇도 남을 양을 한 그릇씩 놓고 앉아 한 술을 덜어주려 그 반 술을 흘려가며 간간이 마주보면서 파아 하고 웃는다 해는 무장무장 기울어만 가는데 최후의 만찬 같은 이승의 저녁 한 끼 식탁 밑 꼭 쥔 두 손이 풀잎처럼 떨고 있다 2017.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