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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9

길 위에서 62 - 빛의 속도로/담채* 길 위에서 62 - 빛의 속도로/담채 이번 生은 아름다운 이 行星을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우리는 지금 생각과 풍경을 단숨에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 손전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티벳의 라마승도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도 잉카의 주술사도 손전화가 있다 인류가 쏘아올린 로봇은 원격조정으로 화성에서 물을 찾고 나는 오늘 神이나 쓸법한 이 전파로 천 리 밖 노모의 안부를 챙겼다 급한 일은 전보로 그리울 땐 편지로 내가 사랑한 풍경은 두 발로 걸어가서 너를 만나는 일이었다 2022. 9. 27.
길 위에서 61 - 나이가 들면/담채* 길 위에서 61 - 나이가 들면/담채 나이가 들면 나무도 풀도 해수병咳嗽病을 앓는다 시간의 뜻은 내게 주어진 만큼만 살다 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갈 곳 없는 노년에는 까닭 없는 서러움과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영혼의 결정이 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리 이별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2022. 9. 26.
길 위에서 67 - 가족사진* 아버지(중앙) 그 옆으로 어머니와 우리집을 방문하신 외조부 그리고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동생들이다. -1959년 구정무렵- 길 위에서 67 - 가족사진/담채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나이 명예를 탐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리하여 무사하게 무료한 날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본다 60년도 더 지난 지금 가족이란 한 묶음이라고 슬픔도 함께하겠다고 여전히 한 자리에 묶여있다 태산 같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난했던 가족들이 몇 년만에 찍었을 사진 한 장 그때는 가난도 평등했다 그때의 마음은 얼마나 순한 것이었으며 그때의 다짐은 얼마나 작은 것이었으며 그럼에도 그때에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반짝거렸는지 그리워 흐느끼는 날 가슴에 쌓아놓은 돌담이 무너져 내리면 우리는 언제 작별에 익숙해지려나 세월의 그림자가 커서 오늘.. 2022. 9. 22.
길 위에서 59 - 육필肉筆* 길 위에서 59 - 육필肉筆/담채 아빠께... 멀리서 아빠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아빠께 편지를 씁니다. 가족을 서울에 보내놓고 가끔씩 안면도에서 서울까지 먼 길 오고 가시는 아빠의 쓸쓸한 뒷모습이 뇌리에 스칩니다. 공부가 힘들어도 본분을 다하며 때로는 위를 때로는 아래를 보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딸로 크겠습니다. 멀리서 아빠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1991년 8월 7일 딸 세리 올림 추신 : 다음 주에 오실 때 ‘데카메론‘ 책 가지고 오세요. 눈물이 핑 돈다 잠이 안 오는 밤 낡은 책갈피 속에서 20년이 지난 딸애 편지가 나왔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고 말 수가 적은 대신 생각이 깊던 딸 그때가 고1이었다 가혹했을 공부벌레 서로가 힘들었을 것이다 세월.. 2022. 9. 20.
길 위에서 52 - 자화상自畵像* 자화상自畵像/담채 언젠가는 필시 별들이 데려갈 내 生이 마냥 누추하여 미안했다 슬프고 깊은 눈 어탁을 뜬 듯 얼룩진 얼굴 흥건한 노을에서 수만 마리 물고기 떼 우글거린다 오래 마른 씨방처럼 까만 씨앗들이 쏟아질 듯 위태한 生의 후미 한 시절 꽃무늬 바람 같고 구름 같다 알 수 없는 형상으로 저물도록 남아있는 이름들 높고 외롭고 아름다웠다 잠깐 번쩍거린 사랑도 스쳐간 인연들도 지친 무릎 위에 쌓이리니 길 위에서 내 그리움은 이것으로 충분하였다 2020.01 2022. 8. 18.
주말부부 35년* 주말부부 35년 주말부부 35년을 했다. 위로 딸, 아래로 아들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딸애가 중1 때 가정방문을 한 담임으로부터 딸애를 서울로 전학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영어선생이며 딸애의 담임이었던 여교사는 제자의 전학을 권하고자 일부러 밤중에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자식에게 좋은 인성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크게 반길 일도 아니었다. 당시 농협에 근무하고 있던 아내는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1988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 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아침에 반 홀아비 신세가 되었다. 말이 주말부부지 당시엔 토요휴무제도 없고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이 되기 전인지라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상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정에 없었.. 2022.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