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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7

길 위에서 66- 아직도 기아飢餓* 길 위에서 66- 아직도 기아飢餓 년간 120억 인구가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어가는 초록별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지구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빛을 잃고 우주의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어야 할 별인데도 여전히 한 줄기 빛을 잃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어느 수녀님 이야기다. 의료혜택이 전무한 밀림지역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수도 없이 말라리아에 걸린다는데 한국의 수녀들은 그때마다 우리나라 라면을 약으로 생각하고 끓여 먹는단다. 밍밍한 그곳 음식만 먹다가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감기쯤은 뚝, 떨어지더라는 것. ​한 번은 에이즈 환자였던 센터의 현지 직원이 거의 죽음과 맞딱뜨렸을 때 지금 뭘 해주면 가장 .. 2022. 10. 26.
글 머리에* 글 머리에/담채 여기 있는 글들은 적막한 길 위에서 세월에 긁힌 빗금들을 마음 가는대로 적은 기록이다 이미, 歲月 저 편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이 많으나 곤고한 길 위에서 시시각각 울어대던 꿈과 아직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격랑으로 일렁이는 것들이다 그리 말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란했던 마음과 성실하게 默想하지 못한 날들까지도 앙상한 그리움으로 놓여지기를 바란다 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물면서 대접받기를 바라지 않으매 항상 꽃을 피우지 못한 罪에 소스라치며 나는 지금 가장 낮고 아름다운 지상의 자리에 서서 하늘 아래 내세울 것 없는 나의 歲月을 돌아본 것이다 후일, 여기 미천한 思惟들이 가까운 知人들과 행여 子息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2022. 10. 10.
가족의 향기* 아직은 아이들 데리고 식당에 가는 게 내키지 않는다. 딸과 아들네 가족이 모인 자리, 간단한 배달요리로 식사를 했다. 어느 요리보다 가족의 냄새가 배부르고 향기롭다. 2022. 10. 10.
길 위에서 71 - 인체해부학 실습 길 위에서 71 - 인체해부학 실습 의대 2년차인 외손녀가 인체해부학 실습에 들어갔다. 검정구두와 검정 정장을 갖추고 시체에 대하여 예를 올린 후 학생이 직접 두발과 수염 등 면도를 한 후 얼굴해부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실습은 오후 11시나 12시까지 이어지고 다음 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어느 날은 밥도 굶고 어떤 날은 시체 옆에서 쪽잠을 자며 공부한다고 했다. 시험을 치른 후 상대평가로 무조건 10%가 유급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에 매달리는지 죽고 싶다고도 했다. 실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듣기조차 끔찍스러운터라 더 이상 거론을 멈춘다. 원룸을 얻어 혼자 지내는 외손녀는 작은 벌레 하나도 제 손으로 못 잡는 녀석이다. 지난 여름 방 안에 들어온 작은 벌레 하나 때문에.. 2022. 10. 1.
길 위에서 62 - 빛의 속도로/담채* 길 위에서 62 - 빛의 속도로/담채 이번 生은 아름다운 이 行星을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우리는 지금 생각과 풍경을 단숨에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 손전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티벳의 라마승도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도 잉카의 주술사도 손전화가 있다 인류가 쏘아올린 로봇은 원격조정으로 화성에서 물을 찾고 나는 오늘 神이나 쓸법한 이 전파로 천 리 밖 노모의 안부를 챙겼다 급한 일은 전보로 그리울 땐 편지로 내가 사랑한 풍경은 두 발로 걸어가서 너를 만나는 일이었다 2022. 9. 27.
길 위에서 61 - 나이가 들면/담채* 길 위에서 61 - 나이가 들면/담채 나이가 들면 나무도 풀도 해수병咳嗽病을 앓는다 시간의 뜻은 내게 주어진 만큼만 살다 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갈 곳 없는 노년에는 까닭 없는 서러움과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영혼의 결정이 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리 이별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2022.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