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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9

목련꽃 피다 목련꽃 피다/담채 雨中 아랑곳없이 백목련 피었다 동토에 뿌리를 묻고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걸어온 길 읽고 또 읽어도 다시 읽고 싶은 生이다 감각을 초월한 빛이다 죽은 나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03.27 note 누가 삶의 시간표를 이렇게 짜놓았나. 모든 산 것들이 그 시간표에 길든 짐승처럼 순응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다. 죽은 마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 3. 28.
노모老母 노모老母 / 담채 까치처럼 가난한 가는 귀먹은 어머니 2년 후면 백 살이 되신다 '오늘'이 언제나 마지막 하늘이다 오롯이 빈손이라 더 명예스러운 어머니 눈물 반 울음 반 골 깊은 협곡을 맨발로 지나오신 한 분 지금 내 앞에 앉아 계신다 2024.03.27 2024. 3. 26.
침을 맞고 있다 침을 맞고 있다/담채 한의원에 다니며 7개월째 침을 맞고 있다. 일명 ‘사암침술’이라 하는데 방문 첫날 맥을 짚더니 체질을 분류해주면서 먹어야 할 음식을 말해주었다. 육류는 쇠고기만 생선류는 생태,대구,문어,오징어만 채소류는 무와 뿌리 채소만 먹으라고 한다. 복통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꼭 가려서 먹으라고 했다. 커피와 밀가루는 1호 금기대상이다. 지난 해 여름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지인의 소개로 이 한의원을 찾게 되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밀려있는지 접수 후 3개월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방 네 개와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과 접수대가 있는 한의원에 들어서자 100여 명의 대기자가 침을 맞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마치 난장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의원인가 싶어 침이고 뭐고 그만둘까 .. 2024. 3. 26.
西海에서... 西海에서... 여기에 있는 글들은 내나름의 방치된 사유思惟들이다. 문학적 성취를 위한 것도 아니고 여기 모인 무절제한 시편들은 글쓰는 동안이라도 자유롭고 싶은 내 일상의 습관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30여 년이 넘는 주말부부생활과 정년 후 얼마 되지 않는 서울생활의 불안정한 날들을 지나며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이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글을 쓰지 말 것과 맑은 소리를 내는 글을 써야 하는데 혼자 가야하는 이 길은 언제나 아득하다. 길 위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일 때가 많았지만 이 방(西海에서...)에서의 시간만큼은 하루에 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나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나나 평등해지는 시간이다. 바람도 알지 못하고 구름도 보지 못하는 이 조용한 숨소리가 오늘의 자리를 떠나더라도 그리움 하나 .. 2024. 3. 19.
고물상 가다 고물상 가다/ 아들은 장가가고 딸은 시집가니 좁은 방에 읽다 만 책들만 가득하다. 두 자식에게 전문서적이라도 가져가라 했더니 그냥 다 내다 버리라고 한다. 딸은 대학시절 화장 한 번 데이트 한 번 못 해보고 사법시험 준비를 했고 아들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여 전문서적만도 꽤 많은 양인데 그 많은 걸 다 버리라고 하는 말에, 내가 공부할 때 귀한 식량을 덜어 비싼 책을 사주셨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내가 사들인 문학서적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승용차로 이 책들을 싣고 세 차례나 고물상을 들락거렸다. 기어코 쌀알이 되지 못한 수많은 활자들을 고물상에 퍼다 버렸다. 폐지 값 66,000원을 받아 쥐고 허전함을 주체하지 못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니 부연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고물상.. 2024. 3. 15.
낙타 詩를 읽다가 낙타 詩를 읽다가/담채 낙타는 다음 생엔 사람이 된다 낙타의 모습에는 익숙한 비애가 모래처럼 쌓여 있다 그렇게 뜨거운 모랫바람 속을 걸어가면서 몇 킬로 떨어진 모래 속의 물냄새를 맡는다 오백 킬로의 몸무게와 오백 킬로 가량의 짐을 싣고 모래산을 넘는 낙타의 일상. 이 위대한 무릎을 느낄 때마다 내 삶이 그리 가볍게 보일 수가 없다 끝까지 가서도 마른풀 한 단이 보상의 전부인 삶, 어떻게 내가 고독하다고 삶이 무겁다고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수 있으랴 낙타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내 삶이 내 노래가 부디 엄살스럽지 않기를... 낙타는 눈물을 저장해 놓고 가볍게 씹는 법을 안다 낙타는 다음 生엔 사람이 된다 2023.03.10 낙타 - 도선사 가는 길 20 / 한승원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 2024.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