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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7

길 위에서 26 - 고백* 길 위에서 26 - 고백/담채 현미경으로 나를 들여다보다가 절망한다 너에게 말을 많이 한 것을 후회한다 너에게 거짓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 나의 허구에 대하여 고백하며 기다림을 키우지 않기로 한다 사는 동안 나는 바람만 일으켰다 나도 싫은 적이 있는 나를 생각하다가 나무처럼 살기로 한다 2022. 7. 23.
길 위에서 14 - 금혼식 이야기* 길 위에서 14 - 금혼식 이야기/담채 2023년 3월이면 결혼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함께 늙었다는 것을 기억해줄 사람 있을까? 자식들은 엄마가 한때 少女였다는 것을, 아비가 한때 靑年이었다는 것을 믿기나 할까? 열대야가 기승인 여름을 지나며 아내에게 불쑥 금혼식 얘기를 꺼냈다. 내년이면 결혼한지 50주년, 금혼식주기인데 중년을 향해 가는 아들과 딸의 축하를 받으며 조촐한 기념식이라도 갖기를 청했더니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도 내 運命에 동행한 한 사람을 이렇게 묶어둔 건 죄였다. 한 사람을 사랑하다 그 일이 負債로 남겨진 세월, 우리는 점점 더 세상물정에 어두워져서 서로에게 몰두할 것이다. 2022.07.. 2022. 7. 23.
길* 길 /담채 길의 은총은 고통과 축복이 함께 가도록 한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눈물을 잠시라도 위로하는 일은 당신의 길 위에 한 그루 온정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먼 곳을 떠날 때 배낭을 챙겨가듯 길을 나설 때 따뜻한 마음을 챙겨서 가라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은 모두가 같은 빛깔이나 지나온 길은 모두가 풍경이 다르다 짧은 당신의 길 위에 사랑과 온정의 나무가 푸르다면 지상에서 가장 오래 남을 길을 낸 것이다 2022. 7. 23.
길 위에서 17 -老年의 길* 길 위에서 17 -老年의 길/담채 먼 날의 아픔을 삼키며 바람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노년 일상, 때가 되면 눈비가 오고 서리가 오고 나무들도 일제히 잎을 내린다 歲月은 이제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나 자신을 만나보라고 한다.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나이 명예를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는 나이 지는 해를 서러워 말아야 하는 나이 나에게 주어진 노년은 말로만 세운 지상천국에서 내가 상처를 주었을 나와 관계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의 세월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2022. 7. 23.
길 위에서 14 - 문득 길 위에서 14 - 문득/담채 인생의 계곡을 지나온 기억이 재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영원한 시간의 강을 헤엄치고 있으며 나는 그 강물을 따라 어디든 흘러가야 한다. 지금 96세 老母는 安眠島에 혼자 계신다. 젊은 요양보호사의 시간제 보호를 받는 노모께 아침마다 문안 전화를 드리는데 보호사 아줌마가 열무물김치를 맛있게 담았다고 좋아하신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거 자주 사 드시라고 당부를 드렸다. 그리고는 9살과 5살인 두 증손자가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과 손자가 생일상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요양사의 폰으로 전송하여 어머니께 보여드릴 것을 부탁하였다. 이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실 노모의 주름 많은 얼굴이 떠오른다. 노모께서도 신형 핸드폰을 쓴다면.. 2022. 7. 23.
길 위에서 11 - 歲月 저 편* 길 위에서 11 - 歲月 저 편/담채 時間은 내가 쓴 것인데도 온전한 능동만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나는 가족의 중요한 행사 시에도 늘 내 자리가 비어있다 20여 년 전 딸과 함께 해외여행 중인 아내가 동남아 어딘가에서 망중한 중이다 우리는 남의 歲月을 헤아려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에도 각자의 全生은 실제상황이다 비록 그 길이 고통이었다 할지라도 노년의 驛舍에서 그때를 돌아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2022.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