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159 2024.02.18 2024.02.18 한가할수록 타락을 꿈꾸는 마음 몸 안에 갇힌 발광하는 짐승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개천변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했다. 두 시간 가량 걷기를 끝내고 집에 들어서니 반갑잖은 겨울비가 내린다. 어제는 아들네 가족이 다녀갔다. 긴 구정연휴가 시작되던 날 아들은 갑작스런 혈변으로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 구정날 집에 오지 못했다. 그런 아들이 아무 이상 없이 퇴원하여 집에 왔으니 반가움이 두 배다. 이번 일로 아들과 며느리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아서 무엇보다 다행한 일이다. 사는 일이란 바람의 회오리가 전신을 파고 드는 모래 언덕을 넘고 또 넘는 일과 같아서 유목의 시간을 지나는 것과 같아서 오래 멈춰 서서 생각 깊게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자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4. 2. 18. 자존심 자존심/담채 왕년의 나보다 더 낮아진 자리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이게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낮아지는 지금의 내 자리를 지키는 일이 자존심이라는 생각, 이 마지막 영토에는 부끄러움이 머물러도 좋다 2024. 2. 17. 이해한다는 말 이해한다는 말/담채 이해한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말자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을 말이 안 들리는 사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너를 이해한다는 말은 나도 네가 되어보았다는 것이다 길 위에서 68 / 담채 사람은 저마다 다니는 길이 있다 내가 다니는 길을 좌우한 취약한 내 습성 삶은 의혹투성이였다 세월도 그랬다 내 존재 밖의 큰 질서를 축소한 내 안의 운행, 그 길 위에서 우연을 가장하고 스며들던 운명의 간섭 혹은 섭리의 작용, 나는 언제나 그 標指를 알아낼 수 없다 시간이 꿈인 것을 알고 나서 말과 글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 일도 바람 같아서 언제나 바람인 채로 나는 절망한다 오늘도 나는 믿을 것이 없어서 뜬구름 같은 문장에 나를 기댄다 2024. 2. 15. 2024.02.09 - 아들 입원 소식 2024.02.09 - 아들 입원 소식 구정을 하루 앞둔 2024.02.09. 오후 아들에게서 구로고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직장에서 근무 중 갑자기 혈변을 보았다고 했다. 그 양이 적지 않았다고 하니 겁이 났을 것이다. 내일이 구정이라 차례준비로 바쁜 와중에 갑자기 아들 입원 소식을 접하니 명절은 뒷전이고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내시경을 봐야하는데 연휴가 4일간이라 대학병원인데도 불구하고 내시경을 보는 의사가 한 명도 없단다. 별 도리 없이 긴 연휴기간 동안 금식하며 반복되는 혈액검사와 수액만을 맞으며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하고 초조했다.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연휴가 끝나려면 아직도 4일을 더 넘겨야 한다. 긴 악몽이 시작되었다. 모쪼록 별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 2024. 2. 10. 영혼의 무게 영혼의 무게/담채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면 21g의 무게가 줄어든다고 한다 1907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임종을 앞둔 사람 6명을 동원한 실험에서 인간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영혼에 대한 무지로 자주 편두통을 앓던 나는 몸무게를 자주 달아보는 습관이 있다 神도 아닌 인간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천체의 방향을 바꿔놓은 뉴스를 보면서 혼이 불려나간 날, 몸무게를 달아보니 어제와 같은 수치다 슬프게도 이 수치는 나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밤새 유령이 되어 우주를 헤맸다 길 위에서 낭창낭창 살아오는 동안 이미 몸속에서 빠져나갔을 무게 21g, 살기 힘들다고 길게 한숨 내뱉을 때마다 내 영혼은 이슬이 증발하듯 빠져나갔을 것이다 2024. 2. 6. 人生의 부채 人生의 부채/담채 내가 늙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위로 내가 지나가며 은혜를 받았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만큼이나 정확한 사실이며 우리는 그 부채를 갚기도 전에 지상을 떠난다 영혼불멸설을 신봉하는 나는 한 번도 인생의 부채를 갚아본 적 없고 다만 내가 늙었다는 느낌만 가지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다 배우지 못한 사랑과 다 갚지 못한 부채의 강을 따라 지도에도 없는 길을 순례하고 나를 찾아 방황하는 동안에도 보편의 진리는 멀다 *** 오늘 아침 문득 번개가 쳤다. 지금까지 나는 순전히 남의 신세를 지고 있었다는 것. 내가 소용하는 모든 것들이 다 남의 손을 거쳤다는 생각에 이르러 온통 타인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신기한 결론이 나왔다. 2024. 2. 3. 이전 1 ··· 4 5 6 7 8 9 10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