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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9

나이를 생각함 나이를 생각함/담채 헛도는 속도로 하루가 간다. 다시 온 3월, 문득 문득 세월을 붙잡고 멈춰보는 날들이 잦아졌다. 이 우울한 도시에 또 한 번의 겨울이 왔다가 가고 사방에 지천인 나무와 풀은 성장을 위하여 오늘도 분주하다. 가고 오는 것들의 비틀거리는 걸음, 한 몸에 공존하는 생명과 비생명의 팽팽한 이 대결, 우리는 무심으로 돌아가는 낙엽 한 잎의 행로조차 다 읽을 수 없으므로 까닭 없는 우울과 다시 관계를 맺는다. 서시처럼 왔다가 세월 밖으로 떠나는 내 나이가 이제는 참 긴 소리를 낸다. 점점 작아지는 내 자리는 우주의 질서이며 나는 아무 것도 가져갈 것 없는 영혼이다. 눈부신 황혼 속으로 석양이 지고 있다 사는 일이 내 의지의 너머에 있으니 나이를 읽는 자세는 누군가의 영혼을 대하듯 조용히 환대해 .. 2024. 3. 7.
老年日記 70 - 근황 老年日記 70 - 근황/담채 몸 곳곳 균열의 협곡에서 부는 바람 시리다 이제 기침소리 조차도 질서있게 낼만큼 둥그러진 나이 팔을 들면 어깨에서 일어서면 무릎에서 뚝,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쟁기를 끌고 가는 늙은 소의 위대한 도가니를 생각하다가 나는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고 버릇처럼 되뇌어본다 時間의 뜻은 내게 주어진 만큼만 살다 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갈 곳 없는 老年에는 까닭 없는 서러움과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다 2024. 3. 5.
청춘이란 말 청춘이란 말/담채 어쩌다 주민센터에 들르면 나는 어르신, 아버님이 된다 어떤 곳에 가면 애나 어른이나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준다 지하철 경노석에 앉아 있을 때 어느 노인이 나에게 70대면 靑春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을 때 번개가 쳤다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한 청춘이라는 이 말이 그렇게 푸릇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청춘이라는 이 말을 종일 껌처럼 씹었다 저만치, 아득히 멀어져간 길 하나, 구름을 뜯어먹다 지워진 내 스무 살... 2024.03.02 꿈/담채 살다보면 꿈과 절망은 늘 서로 곁눈질하면서 달린다 꿈 하나를 접어야만 한다면 또 하나의 꿈을 꾸어야 한다 수많은 꿈을 접었다 하더라도 꿈 하나를 더 꾸고 있다면 그게 바로 삶의 이유가 된다 2024. 3. 1.
견딤에 대하여 견딤에 대하여/담채 통증에 새우등 오그린 밤 진통제를 삼키고 적막 속에서 성경을 읽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거룩한 존재로 만들어 고통 속에서도 고통을 모르게 하소서 밤이 길다 그저, 통증을 건너가는 종속의 늪으로 빠져들 때 나는 나로부터 가장 멀리에 있다 2023.02.29 note 끊임도 없는 복통이 내 안에 산다. 앞바람과 뒷바람 사이에 낀 갈매기처럼 제 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삶이다. 바람은 회피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고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그저 견딤을 반복하며 하루를 이틀을 평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2024. 2. 29.
의대생 증원의 혼란 2024.02.20 - 의대생 증원의 혼란 의대생 증원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 간 갈등이 최고조로 심화될 조짐이다. 현재의 전국의과대학 학생수는 한 학년 당 3,058명이다. 이 학생 수를 5,000명 선으로 증원한다는 발표를 앞두고 일어난 사태다. 무려 현재 의대생의 70%가 증원되는 셈이다. 어제, 의대생 자식을 둔 딸에게서 이 문제를 들고 전화가 왔었다. 전국 의대생 동맹휴학 운운 뉴스 보도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등록금은 제대로 내놓고 수업만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앞둔 외손녀가 많이 혼란해 한다는 얘기다. 지금 3학년인 외손녀가 입학할 당시는 코로나 와중이라 1학년 내내 비대면 수업으로 동기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채 2학년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 동맹휴학으로 또 .. 2024. 2. 19.
인연에 대하여 인연에 대하여/담채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도 사실 끔찍하게 서로 다르다 한마디로 인연이란 만나는 일이다 나로부터 떨어져 있던 먼 시간에서 내게로 와 한 지점으로 수축된 우주다 엉성한 거미줄처럼 끊어질 인연들 우연이든 필연이든 나는 그 무슨 緣에도 속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몇 십 억년의 자연史와 천 년 너머의 역사를 꿰면서도 우리는 예정된 인연을 준비하지 못한다 흔들리는 봄/담채 기다리던 사람이 다녀갔다 먼 길 안개를 밟고 온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은 얼마나 먼 기도인가 맑은 정신으로 그를 보았다 깊고 푸른 바다를 안고 갔을까 울울한 솔숲 고요를 안고 갔을까 황사바람 등지고 그가 간 후 긴 형벌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2024.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