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23 수양벚나무 아파트 단지 수양벚나무에도 봄이 찾아왔다. 날씨가 우중충하여 더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2024년 봄풍경을 남기다. 2024.04.03 2024. 4. 3. 발足에 대하여 발에 대하여/담채 인류의 스승인 예수가 엄숙한 시간에 제자의 발을 씻겨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간해서 밖으로 나서지 않는 발 발은 가슴처럼 뽐내본 경험이 없다 어떤 나라의 수행자는 맨발로 정진을 하고 건강열풍이 불어닥친 우리 이웃은 맨발로 산책을 한다 태어날 때 가장 늦게 나와 밑바닥만 전전한 두 발 열 개의 발가락이 안쪽으로 안쪽으로 굽어있다 내 몸 중 가장 먼 곳 내 몸 중 가장 쓸쓸한 곳 발足/담채 가벼운 것들이 그리워 날아오르고 싶은 날 길을 어르며 땅을 딛는 발 긴장하는 발바닥이 돌부리 하나 풀포기 하나 건너뛰며 발짝을 떼었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무치게 짓눌렀을 무게들 땅으로 스며들어 묵음이 되었으리 눈에서 멀어 아픔도 조용한 발 향방 없이 멀었던 길들 얼마나 걸었는.. 2024. 4. 1. 이놈 저놈/담채 이놈 저놈/담채 70 넘은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 앉아 이놈, 저놈 부르다 보니 세월이 두 쪽 난 것 같다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운 家長이며 이분 저분으로 불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놈 저놈으로 끌어내리는 시간 초등학교 동창 4인방인 우리는 지금 70고개를 지나고 있다 종로의 한복판에서 머리가 하얀 이놈 저놈들이 술을 마시며 저녁놀 질 때까지 무중력의 시간여행을 했다 2024.03.28 2024. 4. 1. 산책길 봄비 그치자 엇그제와 완연히 달라진 산책길 남쪽에서부터 올라온 花信으로 걷는 내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보이는 풀과 나무들마다 언 땅에서 살아 돌아온 모습들이 장하고 아름다웠다. 평소 같았으면 속도를 높여 한 시간 반 정도 산책을 하며 겨드랑이에 땀이 찼을 것이지만 오늘만은 주변을 살펴가며 천천히 산책을 마쳤다. 2023.03.30 2024. 3. 31. 목련꽃 피다 목련꽃 피다/담채 雨中 아랑곳없이 백목련 피었다 동토에 뿌리를 묻고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걸어온 길 읽고 또 읽어도 다시 읽고 싶은 生이다 감각을 초월한 빛이다 죽은 나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03.27 note 누가 삶의 시간표를 이렇게 짜놓았나. 모든 산 것들이 그 시간표에 길든 짐승처럼 순응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다. 죽은 마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 3. 28. 노모老母 노모老母 / 담채 까치처럼 가난한 가는 귀먹은 어머니 2년 후면 백 살이 되신다 '오늘'이 언제나 마지막 하늘이다 오롯이 빈손이라 더 명예스러운 어머니 눈물 반 울음 반 골 깊은 협곡을 맨발로 지나오신 한 분 지금 내 앞에 앉아 계신다 2024.03.27 2024. 3. 26. 침을 맞고 있다 침을 맞고 있다/담채 한의원에 다니며 7개월째 침을 맞고 있다. 일명 ‘사암침술’이라 하는데 방문 첫날 맥을 짚더니 체질을 분류해주면서 먹어야 할 음식을 말해주었다. 육류는 쇠고기만 생선류는 생태,대구,문어,오징어만 채소류는 무와 뿌리 채소만 먹으라고 한다. 복통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꼭 가려서 먹으라고 했다. 커피와 밀가루는 1호 금기대상이다. 지난 해 여름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지인의 소개로 이 한의원을 찾게 되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밀려있는지 접수 후 3개월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방 네 개와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과 접수대가 있는 한의원에 들어서자 100여 명의 대기자가 침을 맞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마치 난장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의원인가 싶어 침이고 뭐고 그만둘까 .. 2024. 3. 26. 이전 1 ··· 3 4 5 6 7 8 9 ··· 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