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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 맑음 2024.05.02 / 맑음  며느리의 생일을 깜빡하고 그냥 지나쳤다.이제는 적어두지 않으면 내 생일도 까먹게 생겼다.아들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 얘기했더니 이젠 안 챙겨도 괜찮다고 했지만무심한 듯 보여질까 마음이 쓰였다. 곧 어린이 날이고 어버이 날인 5월 8일은 막내 손자가 태어난 날이다.달력에다 표시는 해두었지만 병원 가는 날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그마저도 잊어버릴까싶어 미리 용돈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일찍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여동생에게서 최고의 보살핌을 받는 중에도 안면도에 가셔서 여름을 보내고 싶다 하신다.겨우 하루 세 시간인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만  생활하시겠다는 것인데 그러기엔 연세로 보나 건강상태로 보나 불가한 일이다.  그런데도 막무가내 안면도로 데려다 달라 하신다.아버지와의 결혼 이후 .. 2024. 5. 2.
길 위에서 51 - 53 길 위에서 51 - 그리운 날 / 담채 거기서는 여기를 여기서는 거기를 그리워한다 산다는 일이 그러려니 싶었는데사라진 것들의 뒤에서 우리는 잠시 허둥거린다 나이가 들면 어느덧 인생은 없고 드문드문 낯선 그리움 몇몇 걸치고 있을 뿐이다 ​그리운 날과 그리운 소리만 들린다면당신은 老年이다 길 위에서 52 - 습관이 길을 만든다 /담채 사람은 길들여 진다입맛이 그렇고 地名이 그렇고 세상으로 향하는 나의 窓이 그렇다언제나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별해 낸다 가난한 날의 식탁을 잊지 못하고왜 내 고향은 특별한가사랑은 왜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완고한 因習의 벽​​습관이 길을 만들고우리는 자신이 다니는 길을 편애한다 길 위에서 53 - 부활의 전조/담채 부활의 전조가 일면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한가지 언어로 통한다 .. 2024. 5. 1.
2024.04.30 - 독백 2024.04.30 - 독백 /담채 욕심을 그만 부리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자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꽃을 피우고 열매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사자별자리가 자취를 감추면 봄날이 갈 것이다  꽃이 피었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런 날이다 '사랑'이란 말은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다시 한 번 세월의 더께를 거두게 하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밤새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가 다 부질없었음을 평정을 잃은 것들이 제 궤도를 한 번 이탈할 때마다세상은 생채기로 가득 차고 그 언저리에 울타리를 둘러.. 2024. 4. 30.
2024.04.28 2024.04.28 맑음/ 밤 10시 경 안면도에서 전화가 왔다.혼자 계시던 노모를 여동생이 모시고 간 후 살던 집이 몇 달째 비어있다.이 빈집을 세를 놓으라는 전화다.그렇지 않아도 몇 달째 비어있던 집이라 신경이 갔었는데 잘 된 일이다.이 집은 각종 관공서와 하나로마트, 6개의 병의원, 버스터미널, 시장 등의 편의시설이 반경 200m 안에 자리 잡은 남향으로 주거지로는 가장 좋은 위치이며지은지 십 년이 채 안 된 비교적 깨끗한 원룸이다.시골임에도 집이 모자라 셋방이 많은 동네.그럼에도 혹 노모께서 다시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비워두고있다가 전화를 받고 월세를 주기로 했다.월 5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었지만 관리를 목적으로 한 만큼 매월 10만원씩만받겠다고 하니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집.. 2024. 4. 28.
2024.04.27 2024.04.27 맑음/  오늘은 중식 모임이 있는 날,친구에게 죽을 가지고 가겠다 하니 본죽을 사가지고 갈테니걱정 말고 빈손으로 오라고 한다.약속장소에 가보니 친구가 먼저 와 어떤 죽을 좋아할지 몰라 전복죽괴 야채죽 두 종류를 사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강남역에 위치한 고급레스토랑 샐러드 바엔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했다.일행 모두가 샐러드바에 차려진 음식을 날라다 먹고 마지막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자르는 동안 나는 죽그릇에 수저를 담그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꾸역꾸역 죽을 퍼 먹었다. 식사 모임에서 죽으로 때운 것은 처음이다. 친구가 22,000원을 들여 사온 죽맛이 형편없었다.평소 손님이 많았던 레스토랑 인데도 빈 테이블이 많은 걸 보니 서울의 중심인  강남쪽에도.. 2024. 4. 27.
버리고 정리하기 2024.04.22/맑음 사진은 퇴직 할 때 받은 10돈 짜리 금장식이다. 돈으로 따지자면 별 것도 아니지만 이걸 딸에게 줄까 아들에게 줄까 생각하다가 딸에게 주기로 했다. 마음 깊은 딸은 아버지가 평생을 일해 온 직장, 내 인생의 전성기를 다 허비하고 받은 알량한 기념품을 잘 간수할 수 있을까? 간수하던 팔아 쓰던 그건 딸이 알아서 할 일인데도 이 작은 것 하나까지 마음 쓰이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물욕에 길들여진 사람일 뿐이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남은 생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도 정리하고 비우며 가야하는 길이다. 선거 끝나고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뉴스마다 정치 얘기다. 선거의 바람이 불면 民草가 잠깐 주인이 된다. 날치기 없는 국회, 365일 국책을 토론하는 의사당 풍경, 적이냐 동지냐가 아.. 2024. 4. 22.
2024.04.20 2024.04.20/흐리고 비 흐린 아침 시간이 지나가 살짝 봄비가 온다. 우산을 쓰고 지하철 부근을 지나다가 비에 젖은 보도블럭에 앉아 있는 40후반의 남자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쳤다. 불과 몇 미터 쯤 지났을 때 언뜻 비친 그의 모습이 눈에 밟혀 다시 그의 앞으로 되돌아섰다. 흠뻑 젖은 바지가 걷어 올려 진 양 다리에 깊은 화상을 입은 흔적이 몹시도 험했다. 그 다리 앞에 놓여 있는 양재기 안에 오천 원을 넣어주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아침 나절 가벼운 걷기를 하고 집에 와서 실내자전거 40분을 타고 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찍 걷기 운동을 마치기를 잘했다. 어제 의대생 2천 명 증원과 관련하여 총리께서 정부입장을 발표했다. 증원의 50%에서 100%까.. 2024.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