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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아버지와 그물 아버지와 그물/담채 마당귀에 쌓여있는 그물 무더기 더 이상 어구漁具가 아닌 그물 위에 이끼가 무성히 자라 있다 손금이 안 보이는 아버지가 무엇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힘주어 엮어놓은 삶의 망網이었다 깨를 털고 난 마당에서 빈 깻대 위에 그물을 올려놓고 불을 붙였다 물기 하나 없는 그물에서 왈칵 쏟아진 바다가 철썩철썩 출렁이다 일순 재 가루가 되었다 마당 가득 바다를 부려 놓은 아버지, 가장자리가 비어있는 바다 위에 소슬한 저녁 풍경을 펼치셨다 마당귀 늙은 대추나무가 노을에 끌리고 있다 달랑 노을 한 점 거느린 대추나무 가지에 길을 빚어 얽는 거미가 바람이 들지 않도록 암팡지게 거미줄을 엮고 있다 저 한 마리 거미가 죽음에 쓸 밑줄까지 마저 뽑아 길을 내듯 아버지는 이 그물을 엮었을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점.. 2021. 3. 18.
흔들리는 봄 흔들리는 봄/담채 기다리던 사람이 다녀갔다 먼 길 안개를 밟고 온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은 얼마나 멀고 긴 기도인가 맑은 정신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태어난 바다에서 수백 년 바람결에 머리를 빗고 이슬 한 방울로 몸을 씻는 솔숲에서 그는 깊고 푸른 바다를 안고 갔을까 울울한 솔숲 고요를 안고 갔을까 황사바람 등지고 그가 간 후 긴 형문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2021. 3. 8.
바다, 그 황홀한 독毒 ----고향, 꽃지 앞바다---- 바다, 그 황홀한 독毒/담채 아침에 거울을 들여다보니 턱수염이 부쩍 자라있다 이건 日月이 흘러간다는 것이며 나는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나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므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느니 두 눈 씻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와 나를 내려다보는 서쪽 하늘이 하나로 일치하는 타관에서 모든 산 것들의 사무침이 하늘까지를 적막하게 할 때 비틀걸음으로 걸어서 걸어서 내 뼈를 가장 가파른 높이에 올려놓은 기미 많은 가족들의 얼굴들 옆에서 靈과 肉이 따로따로 나누어져 사랑과 이별과 작은 눈물 한 방울에까지 소금물 드나들어 마침내 점 하나가 되는 강에서 태어난 연어는 운명처럼 고향을 떠난 후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았다 2021. 2. 21.
저수지 저수지/담채 철새 한 쌍 잔잔한 수면 위로 꽃잎처럼 내린다 일순 불안스런 바람 水面 위를 달려가고 갈대숲이 웅숭그렸다 타당...! 북풍 속으로 화약연기가 흩어지며 이내 고요를 되찾는 수면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2021. 2. 3.
네가 너인 채로 네가 너인 채로 /담채 사철 피지 않아도 좋다 간절한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슴 안에 피어있는 것이다 눈 감아도 보이고 백 리 밖에서도 이미 떠나간 것들이 향기로운 것은 내 안에 네가 피어있기 때문이다 사철 피지 않아도 좋다 눈이 오고 바람 부는 거리에 어둠이 영롱해질 때 깊은 귀와 영혼의 窓으로 너를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간 후에도 저녁처럼 희미해져가는 어디쯤에 네가 너인 채로 存在하면 되는 것이다 2021. 2. 1.
물새 물새/담채 검푸른 西海 눈발 구만리 물새 한 마리 무너지는 폭설 속을 혼자서 간다 뒤집혔다 잦혀졌다 먼 바다 쪽으로 간다 무엇 하나 쥐고는 갈 수 없는 뼈를 비워 닿는 길 수직의 욕망 성난 파도 위에 던지고 던지며 망망한 世上을 표표히 건너가는 저 풍찬노숙의 생 note 西海에 많은 눈이 내렸다. 오후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폭설이 내린다. 눈보라 속 난바다, 갈매기의 비행이 경이하다. 무거운 것들은 저 허공을 닿지 못한다. 1999. 01 安眠島 방포 폭설의 해변에서... 2021.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