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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엄동嚴冬에 부쳐 엄동嚴冬에 부쳐/강성백 참새들의 회의가 유난히 길어졌다 긴 엄동을 걱정하는 것이다 벌이가 없는 이웃집 노부부가 막막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보일러용 경유 한 드럼에 356,000원 혹독한 빙하기가 두 노후를 덮칠 것이다 언 밤을 걸어갈 맨발들이 간절히 기다릴 봄 오는 봄에는 혹한을 견뎌낸 들꽃들 무리지어 피거라 * 辛卯年 12月 안면도에서 2020. 10. 19.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등/강성백 자정 넘어 아버지 검은 등이 형광등 아래 쓰러져 있다 수백 년 노송의 몸피 같이 굳어있다 조용한 목마름이 저 등을 타고 흘렀을 것이다 지친 등이 힘을 모아 웅크리고 나귀처럼 잠든 밤 철부지 육 남매 포개 업고 동트는 새벽 들판 달리는 소리 들린다 2020. 10. 8.
조등 조등/강성백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문앞에서 웅성거렸다 겨우내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자 방안 가득 고여 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고사목 같은 독거노인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상주가 없었다 울타리 밖 동백이 하얀 눈을 소복처럼 입고 한 사흘 소리 없이 붉은 조등을 내걸었다 2020. 9. 27.
사진 한 장 1969년, 조치원 훈련소 훈련병 시절 고된 훈련을 마치고...(사진 뒷줄 중앙 안경 쓴 훈병이 본인) 2020. 9. 18.
벼이삭을 바라보며 벼이삭을 바라보며 /강성백 나도 저렇게 익어갈 수 있는가 여물수록 고개를 숙이는 저물어가는 나에게 말씀을 주시는 무릎을 향하여 고개를 숙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胎兒의 자세 나도 저렇게 익어 사람이 걸어가는 자리에 씨앗으로 뿌려질 수 있기를 2020. 9. 12.
애肝가 탄다* 애肝가 탄다/강성백 耳順의 누더기를 걸치고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쫒기듯 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의 肝는 쉽사리 타 입이 쓰고 눈물이 많아졌다 타고르의 詩를 번역하며 지하로 지하로 흘러든 준수한 젊은 家長 누가 그의 생애를 우울하게 만들었는가 아내의 식당 일로 생계를 꾸려가던 대학 강사가 또 목을 맸다 아침 뉴스를 보며 애가 탄다 소금 자루 짐을 지고 茶馬古道를 넘는 나귀 떼 死地를 넘고도 마른풀 한 줌이 보상의 전부다 헛배가 부풀어 오른 아프리카 난민촌 아이들 그 까만 눈동자를 보며 애가 탄다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걸어둔 사람들 입만 열면 백세 인생 말하니 사람이 귀신을 닮아간다 도망간 며느리의 아이를 경운기에 싣고 탈 탈 탈 들녘에서 돌아온 이웃집 농부 먼 허공에서 걸어온 .. 2020.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