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160 人生의 부채 人生의 부채/담채 내가 늙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위로 내가 지나가며 은혜를 받았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만큼이나 정확한 사실이며 우리는 그 부채를 갚기도 전에 지상을 떠난다 영혼불멸설을 신봉하는 나는 한 번도 인생의 부채를 갚아본 적 없고 다만 내가 늙었다는 느낌만 가지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다 배우지 못한 사랑과 다 갚지 못한 부채의 강을 따라 지도에도 없는 길을 순례하고 나를 찾아 방황하는 동안에도 보편의 진리는 멀다 *** 오늘 아침 문득 번개가 쳤다. 지금까지 나는 순전히 남의 신세를 지고 있었다는 것. 내가 소용하는 모든 것들이 다 남의 손을 거쳤다는 생각에 이르러 온통 타인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신기한 결론이 나왔다. 2024. 2. 3. 바람의 계절 바람의 계절/담채 바람이 분다 허공은 바람의 영역 오늘은 오늘의 바람이 불었다 바람속에 얼굴을 담그면 내 몸에 설법처럼 들어차는 흰 뼈대들 나무는 칼바람 추위 속에 온전히 저를 들이밀고 가만히 서 있다 눈을 감고 서 있는 나뭇가지에 삼 동네 새들이 몰려와 일제히 짖어댔다 그 울음 속에 바람을 찢고 날아야 하는 고단한 깃털 하나가 흩날리고 있다 겨울은 바람이 자라는 계절 허공 깊은 곳으로 혈육을 찾아가는 바람의 걸음은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므로 한순간에 끝날 일이 아니며 이는 천지가 다 아는 일이다 무언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겨울 해질 무렵 몸과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 천년의 중력이 제 무게에 실려 길 없는 길을 순례한다 2024.01.29 2024. 1. 28. ㅡㅡ2024.01.27 老年日記67 - 2024.01.27 겨울의 절반을 지나가는 1월 아침 우울을 달이다가 나를 격려하는 블친에게 짧은 답글을 남기고 복통을 달래볼까 산책길에 나섰다. 백로와 물오리가 유영하고 비둘기떼 사방으로 흩어지는 개천 길을 걷다보면 복통이 가라앉을까 싶어서였는데 통증이 여전하여 20여 분을 걷다가 집으로 되돌아왔다. 내 앞에 놓인 길은 시작과 끝이 다를 테지만 나는 번번이 흘림체로 사라지는 나의 하루를 망연히 재어보는 것이다 세월은 이렇게 칼금을 그으며 내 앞을 지나가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겨울의 반을 지나가는 1월에는 다시 올 봄을 미리 그리워하며 봄을 기다리면 3월엔 드디어 새봄이 올 것을 믿는다. 2024. 1. 27. 밥그릇 단상 밥그릇 단상/담채 나는 밥그릇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밥그릇교의 맹신자 그 오래된 밀교密敎를 들여다보면 어느새 밥그릇이 나를 퍼먹고 있다 이것은 쌀밥과 김치의 오랜 증인인 나의 이야기 나는 한평생 밥그릇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몇 번의 숟가락질과 얼마나 많은 밥그릇을 비우게 되는 걸까 남보다 더 많은 밥, 더 맛있고 기름진 밥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는 밥벌이를 신처럼 섬기며 얼마나 많은 시간의 노예가 되었던가 밥그릇을 유일신으로 섬긴 밥그릇敎의 맹신자들은 지금도 욕망의 눈부신 블랙홀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승자는 내가 아닌 밥그릇이다 생각해보면 밥그릇은 진작부터 나를 퍼먹고 있었다 그러나 울지마라 그대가 두 발로 뛰고 있는 한 밥그릇은 그대 곁에서 항상 빛날 것이므로 2024. 1. 23. 강 강江 / 담채 인구 수만큼 지상의 간격은 좁아지고 그 벽은 견고해지고 외로운 사람끼리 모여산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좋아하면 그 사이에 강이 흐른다 모래알을 쓸며 셀 수 없는 낮과 밤을 흘러온 강은 너에게 가려고 목마름 쪽으로 흘러 인정이 범람하는 그 물결을 타고 우리는 함께 떠내려간다 혼자서 흐르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그렇게 인생의 바다가 되는 것이다 2024. 1. 14. 우이천변 산책로 서울이든 지방이든 동네마다 산책로가 있기 마련이고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는 것 같다. 이곳 우이천변 산책로도 예외가 아니며 사철 물이 흐르는 우이천엔 오리, 민물가마우지, 메기, 붕어,그리고 팔뚝만 한 잉어가 우글거릴만큼 자연친화적인 하천이다. 아래 사진은 우이천 바로 위 제방길인데 오래된 벚꽃나무가 줄지어 들어서 무더운 여름철에도 그늘 속에서 걸을 수 있어 사철 걷기운동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며 데크 길과 천변 산책로 또한 잘 정비되어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앞이 우이천이라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시간 남짓 이 길을 걷는다. 오늘은 엇그제 내린 눈으로 평소에 걷던 숲길에 물기가 있어 데크 길을 걸었다. 날씨가 풀린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2024.01.13 여름철 우이천변.. 2024. 1. 13. 이전 1 ··· 5 6 7 8 9 10 11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