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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담채 여름 한 철 황망히 가고 가을이 올 때까지 오래 부스러진 당신 망극한 지상을 다 헤아리는 중인데 나도 같이 엎드려 풀 한 포기 솎아보았는가 어미인 것만 빼고 '내 生으로 흐르는 것은 하나도 닮지 마라' 섬에서 서울로 나를 밀어올린 어머니 견고한 주름 결 소슬한 발바닥 눌러도 솟구치는 바람에 먼빛으로 오시는데 죄 짓는 도심에서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 왜 이리 깊고 시린가 2022. 10. 1.
덕수궁에서* 덕수궁에서 /담채 황홀한 시작과 쓸쓸한 최후가 둥그런 돌담 안에 멈춰있다 아직도 천둥소리 마른번개 번쩍이는지 蒼然한 경내를 황급히 벗어나는 한 무리 새떼 백 년 이백 년 오백 년 비룡飛龍의 금물결 아득히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찬란한 물결 남가일몽南柯一夢을 바라보는 낙엽과 나무와 저 높은 돌계단 하나하나 무엇을 내리며 긴긴 시간의 물거품을 휘젓고 있는가 오늘도 구름은 저를 허락하여 바람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나무는 죽어서도 천 년 바람소리를 듣는다는데 ​이 땅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뜨고 졌을 무수한 일출과 일몰 돌아올 데 없는 빛과 그림자 어디에 닿고 있는가 먼 데서 佛頭花 꽃잎 피었다 지고 한 치 앞 저승 쪽에서 또 다른 윤회가 걸어서 오는 천지간 한때 우리가 가고 온 길 다 지우는 바람이여 2022. 9. 30.
커피 파는 여자* 커피 파는 여자/담채 물난리 한 방에 터를 잃고 인생 60고개를 비척비척 넘어온 사람 도봉산 산 뿌리에 무허가 천막 세워 새소리 바람 소리 고루 섞어 커피를 팔고 있다 긴긴 낮 나무 그늘 속에 못박혀 인생 작파하고 상수리나무 한 그루 기둥 삼아 외롭게 살다가 가고 싶다는 女子 날아가는 새는 내릴 곳을 말하지 않는다 2022. 9. 30.
솔새 - 내 사랑 안면도安眠島* 安眠島 꽃지의 일몰(할아배바위 전경) 솔새 - 내 사랑 안면도安眠島 /담채 노역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개미가 죽은 매미의 허물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풀이며 꽃이며 나무며 무쇠 날에 쓰러진 자리마다 사람의 집이 생겨나고 길이 생겨나고 천년을 걸어온 발짝들이 간 곳 없이 사라져간다 어느 돌은 여기 어느 풀은 저기 뿌리가 뽑힌 적송赤松들이 짐차에 실려 섬을 떠난다 숲과 개울과 언덕의 뿌리들이 제 몸 찾아 술렁이는 밤, 바다는 아직도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위하여 잠들지 못하고 수백 년 해풍에 머리 빗고 빗물에 몸을 씻던 소나무 또 한 그루 쓰러진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밑에 깔린 구름의 비좁은 간극에서 우뢰 우는 소리가 들린다 둥지를 잃은 솔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듯 동네 몇 바퀴 돌다가.. 2022. 9. 26.
첫사랑* 첫사랑/담채 사뭇, 그리운 것은 그리운 채로 끝 모를 천공에 걸어두고 그리하여 가난 한 채 들여 魂만 지니면 그 인연 긴 江으로 흘러 제 물빛 되는가 2022.09.23 note 사랑은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야 알게하는 약점이 있다 우리는 당신과 나를 위해 만들어진 사랑을 의심하느라 아직 외로운 것이다 2022. 9. 24.
새벽* 새벽/담채 달 가는 소리 가냘프고 별 가는 소리 고요하니 귀신과 겸상한 듯 숨소리만 흘러라 긴 협곡 지나 앙상한 나무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조용히 홀로 깨인 孤立의 시간 여명은 멀고 풀잎은 밤새 추위를 탔겠다 2022.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