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自作詩219

다시 가을 3* 다시 가을 3/담채 저만치 그가 온다 볼 빨간 단풍을 들고 나무는 잎을 내리며 越冬을 준비 중이다 오늘, 비 그치고 풀벌레 울 때 귀가 가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리라 꽃들은 낙화에 시달리고 풀잎은 밤새 다음 계절을 읽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일몰의 시간대 사명감으로 불타는 분꽃이 사리 한 알을 물고 있다 2022.09.23 2022. 9. 23.
무우無雨 - 종말론은 유효한가* 무우無雨 - 종말론은 유효한가/담채 지구상에는 100년 동안 비가 없는 긴 가뭄이 수차례나 지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뭄이 시작되면 사람과 축생은 江을 찾아 떠나고, 가다가 죽었다 산기슭에서 죽고 마른 들녘에서 죽고 어느 죽은 나무 밑에서도 쓰러져 죽었으리라 인류가 江가에 당도했을 때는 불과 3분지 1의 인류만 살아남아 그때마다 인류는 강가에서 다시 일어나고 다시 100년의 가뭄이 시작되면 그때마다 산 것들은 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기록이 없던 시대 지구상에는 이런 가뭄이 수차례나 지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100일 동안 비가 내리면 노아의 홍수가 오고 100일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사막이 된다 지금도 구름과 비의 神은 태양神의 손 안에 있다 인류의 종말론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 서울대 천문학과 .. 2022. 9. 18.
가을* 가을/담채 마른풀 한 포기 한 발 앞에 씨앗을 떨구고 홀연히 길을 접는다 ​ 이 아름다운 순환은 하나의 생명의 가장 고독한 사건이다 ​ 감나무 가지들은 감만을 생각하고 밤나무 가지들은 밤만을 생각한다 ​ 이 일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며 그것들의 목표는 찬란하다 ​ 고추는 빨간색으로 고추의 문장을 쓰고 논두렁의 서리태는 까만색으로 콩의 문장을 쓴다 ​ 나무도 풀도 야생화 하나까지도 가을이면 씨앗들을 데리고 온다 2022. 9. 17.
다시 가을* 다시 가을/담채 나무는 잎을 보내고 외로운 越冬을 준비 중이다 霜降 지나 피어난 붉은 가을 장미 아직도 단단한 가시는 種을 위하여 날카롭다 오늘 같은 날에는 낙엽 위에 詩를 쓰며 낭만의 시대를 추억하는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천천히 낙엽을 밟는다 순환은 늘 정확하고 歲月은 나를 놓아주기 위하여 오늘도 분주하다 2022. 9. 16.
바람이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고/담채 떨어지기 직전의 열매를 만난다 뿌리와 잎이 가장 멀어졌을 때 허공에는 다음 계절의 바람이 지나간다 ​ 바람이 지나가고 꽃이 지고 그리운 것들이 가고 꽃은 또 진다 ​ 그것 때문에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 소멸의 기원을 찾아가는 지금은 외롭다 ​ 오늘 나는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몹시 바빴다 사람들이 울먹이며 복음서를 읽는 세기말 나무는 오늘도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2022. 9. 5.
손* 손/담채 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물고기도 사람이 만지면 금방 숨을 멈춘다 손은 반드시 자신이 만진 것을 기억하고 일생 동안 책임을 지게 된다 2022.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