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作詩219 기적은 절망의 수렁에서 만들어진다* 기적은 절망의 수렁에서 만들어진다 /담채 2010.09.02 새벽초속 52km의 초강력 태풍 곤파스*가 서해안을 관통했다 지표의 잡초들이 모두 쓰러진 태안 안흥 간 국도변무성했던 벚나무 가로수들이 이파리 하나 없이말뚝처럼 서 있다삽시간에 생장동력을 잃어버린 벌거숭이 나무들이아슬아슬 생을 견뎌내는 9월초잎 하나 없는 나무에서 때아닌 벚꽃들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다모든 뿌리의 水深은 수만 리 눈물길,生의 위기를 알아차린 뿌리가 재빨리 꽃잎을 밀어내어 광합성을 대신하게 한 것이란다저토록 환한 꽃이 세상 어디에 또 있으랴 생사를 넘나든 나무들이 간절히 만들어낸 길 하나기적은 절망의 수렁에서 만들어진다2010.09.12* 2010.09.02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 서해안을 관통한 태풍 2022. 8. 12. 발톱을 깎으며* 발톱을 깎으며/담채 거실 바닥에 앉아 발톱을 깎는다 흐린 눈 바짝 들이밀고 앉아 발톱을 깎는다 몸의 일부면서 크면 잘려나가는 열 개의 슬픔들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못한 설움이듯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태어났을 때부터 발톱은 맨 아래쪽에 있었다 몸처럼 화초를 가꾸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지만 여태껏 나는 발톱 한 번 쓰다듬어 본 기억이 없다 발톱은 몸이면서 늘 바깥이었다 2022. 8. 11. 십자가상* 십자가상 /담채 바라보는 것만으로 고통도 순해지겠다 끝없이 높고 돌올한 형체 무엇에 닿고 있는지 말씀 흘러내린다 무수의 손들 거기 올라 선혈을 닦는데 고통은 어딜 가고 빛만 남아 부시다 2022. 8. 11. 夢幻의 봄날에* 夢幻의 봄날에/담채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갈 날들을 걱정하는 이 어지러운 世上에 現在의 과학은 죽은 사람의 뱃속에서 이천 년 전에 먹은 참외 씨앗을 구별해냈다 이 광휘한 과학이 70%나 물로 채워진 사람의 몸통을 새처럼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다면 냉장고만 한 집채에서 열 두 식구가 安居하고 몇 알의 좁쌀로 굶주림이 채워지는 부자도 없고 가난한 자도 없고 詩를 쓰는 사람이 먹고 살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삽 한 자루 곡괭이 한 자루로 一生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비루하지 않아도 地上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들이 착한 별에 닿을 수 있으리 나는 몇 날 며칠이나 굶어야 새처럼 가볍게 날며 죄 안 짓고 살아갈 수 있는가 휘어진 등나무 가지에 연보라 등꽃 무수히 켜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 이유없이 위태로.. 2022. 8. 6. 老年日記 12 - 용돈* 老年日記 12 - 용돈/담채 70을 넘긴 나이, 내 경제적 월소득은 최저임금보다도 적은 국민연금 구십여만 원이 전부다 이 소득에서 매달 오십만 원을 떼어 93세 노모에게 보낸다 나머지 사십 여만 원, 나는 이 작은 돈으로도 꿈을 꾸며 구름이 하늘을 건너가는 소리를 듣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부축하는 적빈은 소슬한 노후를 곧추세우는 맑은 道伴이 된다 老年의 용돈은 크게 많지 않아도 좋다 춥고 긴 겨울 차게 산 대가로 봄배추 씨앗을 사 오신 어머니는 결핍을 건널 때 더 향기가 났다 삶이란 늘 부족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는 길이 서늘하지만 아무 관계없이 나의 歲月이 간다 2017.05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난날들을 이끌고 막 도착한 지금을 사는 것이다. 현재는 지난날의 끝에 매달린 나뭇잎이라는 생.. 2022. 8. 6. 가족관계 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담채 가족관계증명서 한 통 떼어 가만히 들여다본다 일찍 돌아가신 3대 독자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와 아들과 딸과 나, 이 종이 한 장이 우리가 한 가족임을 증명하려 들고 있다 달빛 하나로 밤을 밝히던 먼 밀렵의 시대 이름마저 없었을 나의 조상들은 무엇으로 혈육의 관계를 증명했을까 짐승의 울음소리 겹겹이 쌓이는 어느 나무 아래 식구들이 둘러앉아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을 문대며 우-우 소리를 내며 자신을 빼닮은 눈빛과 피부와 곧은 사지四枝들을 확인하며 따뜻한 저녁을 맞이했을 것이다 길도 없는 밀림 속을 맨발로 달려 사냥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눈이 큰 아내에게 사슴 뼈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을 것이다 핏줄이란 아주 먼 시간으로부터 외줄로 흘러온 고독한 운명체 아버지의 말발굽.. 2022. 8. 5.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