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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철밥통* 철밥통/담채 배가 고픈 어미 소와 새끼소에게 여물을 주면 어미 소는 새끼가 여물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축생에게도 이토록 경건한 위아래가 있거늘 xx시청에 상담할 일이 있어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제법 공손한 듯 싶더니 몇 마디를 건너가자 “어~ 어~, 음~음~” 거의 반말투다 60년 풍상 벌써 지나간 내 나이 목소리만으로도 나이대를 짐작했을 텐데 자식 또래 철밥통은 끝까지 당당하다 나는 끝까지 존댓말을 썼다 들녘에서는 다 여문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망극한 계절이다 2007.03 어느 시인이 말씀하셨던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놈 저놈에서 이분 저분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 윤리라고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은 대상 앞으로 우리의 몸을 한없이 낮추게 만든다. 키 낮은 .. 2022. 7. 31.
위대한 中心 - 어머니 2* 위대한 中心 - 어머니 2 /담채 감기 뒤끝 봄 내내 미음으로 연명하신 96세 어머니 뼈만 남은 몸이 저승 문을 열었다 닫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무력한 女人 한 분 내 앞에 계시다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참 작은 사람이 지금 아프다 오늘은 노모의 곁에서 밤을 새운다 note 安眠島에 계시는 老母가 봄 내대 앓으셨다. 비정기적으로 어머니를 찾아간 날 주방 정리와 화장실 청소와 소찬을 만들어 밥상을 차려드렸다 젊어부터 小食을 실천해오신 당신께서는 조용히 상을 물리시고 다만, 오늘 하루에게만 예를 갖추겠다는 듯 黙想에 들으셨다. 가파른 生의 후미에서 이슬처럼 증발할 숨을 붙들고 있는 어머니 老母의 곁에서 오늘은 밤을 새운다. 2022. 7. 28.
옥조조각불* 옥조조각불 /담채 “왜, 당신은 흙바람 견디며 그저 견디고 견디는 것입니까? 무지한 저희 때문입니까? 당신께서 웃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一面識 없는 사진작가 블로그 친구의 글이다 어느 詩人께서 '詩人은 의학사전에도 없는 병을 앓는다' 하였다 무한정 빛을 따라가는 그의 魂이 독한 몸살을 넘으며 빛의 간섭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빛에 심취한 둥근 동굴 속을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며 그의 작품들을 훔쳤다 석모도 보문사 옥조조각불을 촬영하고 나서 토를 단 글이 가슴에 바람구멍을 내고 간다 2012.04 2022. 7. 28.
마지막 월급날* 마지막 월급날/담채 박봉 35년 마지막 월급날 바닥이 드러난 월급통장을 쥐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 아슬아슬한 월급에 일생이 묶여있었나 이 위태로운 소득으로 식구들은 배가 불렀을까 구내식당 밥사발 앞에서 노을 스러지는 퇴근길 위에서 사무치게 날개를 꿈꾸던 내 월급 나는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고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이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온 것인가 소소한 바람에도 늘 흔들리던 길 바람 부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들과 손을 잡고 얼마나 무섭게 달려온 길인가 저만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골목 하나가 노을을 감싸 안고 미로처럼 이어져있다 몽상의 언저리를 떠돌던 간절한 밤이 가고 불면의 밤이 오고 새것들이 가고 헌것들이 오고 말을 하고도 할 말이 많은 오늘 마지막 월급을 받아들고 두 눈.. 2022. 7. 28.
가락* 가락 /담채 "고장 난 냉장고 삽니다아 피아노 삽니다 에어컨 세탁기 삽니다 고장 난 가전제품 삽니다아---" 올라갔다 내려가고 내려갔다 올라가며 다시 이어지는 저 고달픈 가락, 잠시 끊어졌다가 "고장 난 물건 삽니다아---" 이런 이런, 나를 사겠다는 소리 아닌가 알고보니 고장 난 가전제품은 헐값 중에도 헐값이란다 70년 넘게 구부러진 내 生 고장 난 무릎 어깨, 소금꽃 하얗게 흘러간 등짝 모두 팔아버리고 싶은, 하늘이 샘물같이 맑은 날 불현듯 고물장수 확성기 소리가 나를 끌고 간다 골목으로 골목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간다 지금 내다 팔아도 나는 아주, 아주 헐값일 것이다 2022. 7. 27.
몸을 눕히며* 몸을 눕히며/담채 임금님들 몇 분 수천 궁녀 거느리시고 이방 저방 오가시고 빨리빨리 돌아가셨네 모래바람 부는 열대의 대륙 일부다처 부족의 턱수염 사내는 아직도 건재하시고 나는 한 평생 주말부부 廣野로 떠나신 붓다도 아니면서 예수도 아니면서 聖者처럼 몸을 눕혔네 수척한 갈대숲이 마르다 마르다 헝클어지는 밤에 두루미처럼 외로워져서 혼자 이불을 깔았네 바람이 부네 내 아내 일구월심 여사께서는 조용히 씨방을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네 기러기를 닮은 여자가 입덧을 하는지 와-르-르-르 은행잎 쏟아지고 2000.12 주말부부 30년차에... 2022. 7. 27.